메르카토르 기념상, 뒤스부르크(Duisburg) 시청 앞 |
딱히 바쁜 것도 없었는데 이제서야 3월 말에 메르카토르 아저씨 만나고 온 얘기를 적는다. 함부르크에 투표하러 가는 김에 큰 맘 먹고 남쪽으로 오랜만에 발길을 옮겼다. 큰 맘 먹지 않고는 어디 한 번 나서기가 힘들다. 그게 독일 생활에서 가장 아쉽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독일에서는 특정 인물이 특정 도시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위인이 태어난 도시나 주로 활동을 했던 곳들이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그런 위인이 한 도시를 대표한다는 것은 도시의 이미지 마켓팅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괴테(Goethe)와 바이마르(Weimar), 바흐(Bach)와 라이프치히(Leipzig) 뭐 이런 식이다. 뒤스부르크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메르카토르다. 그는 사실 네덜란드 사람이다. 1512년 루펠몬드(Rupelmonde)에서 태어났고, 루뱅(Louvain)에서 공부했다. 두 도시 모두 현재는 벨기에에 속한다. 하지만 1552년 뒤스부르크로로 이주한 이후로 1594년 사망할 때까지 그의 인생의 후반부인 장년과 노년기를 뒤스부르크에서 보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지구본을 비롯해 세계지도와 지도첩(Atlas) 지도학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이 지구 상에서 지도가(종이 지도든 디지털 지도든 상관 없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영원히 그 이름이 회자될 아저씨다. 그만큼 그의 업적이 인류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할 것이다. 15세기에 이미 유럽의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지도는 당시의 세계역사에서 기폭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좋을 것이다.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와 도법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그에 대한 설명은 넘어간다. 메르카토르 탄생 500주년을 맞이해서 그가 생전 활동했던 뒤스부르크 시에서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뒤스부르크 문화 역사 박물관(Kultur- und Stadthistorisches Museum Duisburg)에는 메트카토르의 지도와 지구본을 상설 전시하는 코너가 운영중이고, 도르트문트(Dortmund)에 위치한 예술, 문화사 박물관(Museum für Kunst und Kulturgeschichte)에서도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물관 전시회 외에도 관련 문화행사도 많이 열리고 있다. 굳이 꼭 앞서 언급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뒤시부르크 시내를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메르카토르'라는 이름이 들어간 각종 상점이나 건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20세기 초 뒤스부르크 문화 역사 박물관이 생길 때부터 지속적으로 메르카토르의 업적을 수집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하니 위대한 지도학자 메르카토르에 대한 뒤스부르크시와 이곳 사람들의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메르카토르 여행사', 뒤스부르크 중앙역 근처에 있는 |
'메르카토르 약국', 뒤스부르크 중앙역 근처 |
뒤스부르크를 비롯한 주변의 에센, 도르트문트 등은 서부 독일의 루르공업지역에 속한 곳이다. 과거 독일의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광산업이 쇠락하면서 지역의 사회와 경제도 함께 침체되어 있다고 한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전형적인 공업지역이라는 인상을 주기는 하지만, 역동적이라는 인상은 받지못했다. 60년대, 70년대까지만 해도 거미줄처럼 얽힌 철도를 따라 석탄을 운반하는 열차가 분주하게 운행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횡해 보인다. 과거 공업화를 선도했던 곳이었지만, 탈공업화의 길을 걷는 지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메르카토르의 탄생 500주년은 뒤스부르크 시의 입장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도시 이미지 재고에 상당히 좋은 기회로 보인다.
한 공간은 특정 이미지와 연결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 기억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 이미지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주관적으로 얻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 외부에서 주어진 것일 수도 있다. 자연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미지일 수 있기 때문에,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경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랜드마크가 된다. 그에 비해 도시와 같은 인공적인 공간은 인간에 의해 그 이미지가 구축될 것이다. 건물의 모양과 색깔, 도로의 배치 등을 통해 들어오는 평면적인 또는 입체적인 이미지가 그런 것일 것이다. 공간의 이미지라는 것은 마치 사진이나 스케치와 같은 형태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공간의 이미지화 즉 심볼을 통해서도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명을 들었을 때 그 지역의 특산물을 떠올린다든지, 그 지역과 관련된 인물을 떠올리는 등이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뒤스부르크 시의 메르카토르 탄생 500주년 기념 행사들도 이런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Bonn)은 베토벤이 태어난 곳이고, 베토벤 생가의 경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이다. 이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이미지 마케팅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못할 것다고 본다. 뒤스부르크 시가 올해 대대적으로 메르카토르 탄생 500주년을 통해 이미지 마켓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그의 업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도첩 등 관련 유물을 수집하고 관리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도시들의 경우에도 이미지 마켓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성공적인 사레라고 할만한 예는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지난 여름 경북 고령의 우륵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삼국시대 인물인 우륵과 관련된 유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우륵과 관련된 사료를 발굴하고, 우륵으로부터 시작된 가야금의 발전, 전통 음악의 변화 등을 주제로 잘 꾸며진 박물관이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잘 활용한다면, 정기적으로 문화행사나 학술행사 등을 개최한다면 별 특색 없는 지역 특산물 축제보다 훨씬 좋은 이미지 마켓팅 방법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루펠몬드나 루벵에서는 또 다른 메르카토르 기념 행사를 하면서, 도시 간에 메르카토르 이미지를 독점하려는 다툼은 없는지 궁금하네요~ㅎ 우리나라에도 홍길동을 두고 강릉, 장성 등이 다퉜듯이... 그리고 이 글 보고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 이미지가 무엇일지 생각해 봤는데, 부산에서 가장 큰 도로인 중앙로를 점유하는 세 동상은 흥미롭게도 모두 장군이네요.ㅎㅎ 정발, 윤흥신, 송상현.. 아참 저도 심심해서 블로그 만들었습니다 형님 ㅋㅋ
답글삭제다대포첨사 윤흥신은 처음 알았네. 찾아보니까 고관 입구에 석상이 있구만. 생긴지 얼마 안됐나보네. 세 인물은 공통점은 임진왜란 발발과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는 점이구만. 부산은 한 건 해주실 분이 딱히 떠오르지가 않네.ㅡㅡ
삭제블로그는 구글리더에 연결시켰으니까 이제 쓰는 족족 뜬다. ㅎㅎ 원래 부지런하게 책 읽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아쉽다. 좋은 글 기대하고 있으마 ㅎㅎ
윤흥신동상은 예전부터 있긴했는데 길가에서 잘 보일 정도로 크진 않아요 ㅎ
답글삭제블로그글은.. 일반적인 블로깅이라기보다, 그냥 '온라인 스크랩북' 정도라서 대단한 글은 없을듯해요 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