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7.

킬(Kiel)은 항구도시다!

요트 판매 광고

거대 항구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눈만 뜨면 대형 컨테이너선이 드나드는 부산항을 내려다보는 곳에서 산 나에게 이곳 발트해(독일어, Ostsee)의 작은 만에 위치한 항구도시 킬은 별 다를 게 없는 곳이다. 즐비한 요트들을 빼면 말이다. 드디어 봄은 왔고, 봄과 함께 항해의 시즌이 돌아왔다. 겨우내 뭍에서 겨울잠 자야했던 요트들도 모두 바다로 내려왔다. 올 6월에 있을 Kieler Woche(매년 킬에서 개최되는 해양 항해 축제)이 더욱 기대된다.

킬에서도 그래도 6개월을 넘게 살았는데, 아무래도 생활반경이 학교 중심이 되다보니 만의 동쪽은 가볼 일이 없다. 작년 9월이었나 시간이 하도 많아서 숙소 앞에 오는 버스를 무작정 타고 종점 가까이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페리를 타고 만의 바같쪽에 위치한 라뵈(Laboe)에 가본 것이 동쪽으로 가본 전부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지만 마음 먹고 나서지 않으면 가보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수업 시작 전 지도를 펴 놓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동안에 위치한 요트 계류장

페리 2호선은 주의회 건물이 위치한 서쪽의 레벤트로우(Reventlou)와 동쪽의 슈벤티네강(Schwentine)의 하구에 위치한 디트릭스도르프(Dietrichsdorf)와 벨링도르크(Wellingdorf)를 연결하는 킬의 주요 대중교통 노선이다. 페리를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면 선착장 부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요트 계류장이다. 겨우내 비어있던 곳이 이제 요트로 들어차기 다 들어차 있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돛을 올리고 발트해의 어딘가를 누빌 배들이다.

전문대학이 위치한 디트릭스도르프에 내려서 잠시 학교를 둘러보고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슈벤티네강을 가로지르는 제방을 경계로 바다와 강은 나눠진다. 제방 옆으로는 방앗간 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저 그 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을 뿐이다. 수문 사이로 쏟아지는 물살이 제법 거세다. 그 정도면 방앗간 돌리기에는 충분했을듯 하다.


수산시장(Fischmarkt)

페리를 타고 오면서 요트 계류장 말고도 수산시장(Fischmarkt)도 나의 시전을 잡아 끌었다. 멀리서 봐서는 건물 안에 활어도 팔고 그럴 걸로 예상을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직접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냉동창고 내지는 수산물 가공 공장 정도로 보였다. 주변에는 연어 같은 생선을 훈증하는 공장도 보였다. 페리에서 본 큰 건물 하나만 눈에 들어왔는데, 덜렁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는 해양, 수산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함께 모여 산학연계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장이 서는갑 보다. 도로에 내일 서는 장을 알리는 광고판도 볼 수 있었다.
금요일에 열리는 장을 알리는 광고판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부산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회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중학생이나 되서야 처음 회를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막 땡기는 때가 있다. 베를린에서 냉동 고등어를 딱 한번 사와서 구워먹은 적이 있는데, 오늘도 그때 생각이 났다. 팔딱팔딱한 생선을 볼 수 있는 자갈치 같은 시장을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웠다. 장이 서는 날 가보면 생선가게도 있기는 한데 비싸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니 독일에서 또 언제 생선 구경을 할지는 기약이 없다. 북독일에서는 다른 지역보다는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하는데, 슈퍼마켓에 생선파는 코너가 따로 없는 건 베를린이나 매 한가지고, 아직 킬에서는 생선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본 적도 없다. 음식점에를 거의 가질 않으니 독일 생선 요리는 알 길이 없다. 이건 친구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겨울잠 자던 배들은 모두 바다로
수산시장을 뒤로하고 주택가를 지나 다시 바닷가로 가는데 겨우내 요트를 보관해 두는 곳이 보였다. 요트 받침대만 덩그러니 남았고, 배는 모두 바다로 나갔다. 밤색 창고 벽에는 요트 판매 광고가 옹기종기 붙어있는데, 재미있다.(첫번째 사진) 요트가 한푼 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팔리까 싶은데 그래도 팔리니까 저렇게 해놓았겠지. 언뜻 본 것 중에서 제일 산 게 9500 유로 ㅡㅡ. 가진 돈 다 털어도 한참 모자란다. 뭐 요트 자격증도 없지만, 그래도 저런 요트 한 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그런 헛된 상상도 한번 해본다. 올 여름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요트라도 한 번 타봐야겠다. 벌써 기대된다.

그렇게 만의 동쪽을 휘이 돌아 중앙역으로 왔다. 킬의 남동쪽에 위치한 가든(Gaarden)은 오늘 지나치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터키계 이주민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기는 했다. 찬찬히 다시 돌아봐야겠다.

다시 길 위에, 오늘로 세번째다. 역시 이 길 위에서 나의 방향을 다시 찾는다. 그냥 걷고, 생각하고, 그게 좋다. 다음주는 또 어디로 가볼까..... 그건 역시 다음주에도 즉흥적으로 결정을 해야겠다. 그냥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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