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판매 광고 |
거대 항구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눈만 뜨면 대형 컨테이너선이 드나드는 부산항을 내려다보는 곳에서 산 나에게 이곳 발트해(독일어, Ostsee)의 작은 만에 위치한 항구도시 킬은 별 다를 게 없는 곳이다. 즐비한 요트들을 빼면 말이다. 드디어 봄은 왔고, 봄과 함께 항해의 시즌이 돌아왔다. 겨우내 뭍에서 겨울잠 자야했던 요트들도 모두 바다로 내려왔다. 올 6월에 있을 Kieler Woche(매년 킬에서 개최되는 해양 항해 축제)이 더욱 기대된다.
킬에서도 그래도 6개월을 넘게 살았는데, 아무래도 생활반경이 학교 중심이 되다보니 만의 동쪽은 가볼 일이 없다. 작년 9월이었나 시간이 하도 많아서 숙소 앞에 오는 버스를 무작정 타고 종점 가까이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페리를 타고 만의 바같쪽에 위치한 라뵈(Laboe)에 가본 것이 동쪽으로 가본 전부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지만 마음 먹고 나서지 않으면 가보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수업 시작 전 지도를 펴 놓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동안에 위치한 요트 계류장 |
페리 2호선은 주의회 건물이 위치한 서쪽의 레벤트로우(Reventlou)와 동쪽의 슈벤티네강(Schwentine)의 하구에 위치한 디트릭스도르프(Dietrichsdorf)와 벨링도르크(Wellingdorf)를 연결하는 킬의 주요 대중교통 노선이다. 페리를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면 선착장 부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요트 계류장이다. 겨우내 비어있던 곳이 이제 요트로 들어차기 다 들어차 있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돛을 올리고 발트해의 어딘가를 누빌 배들이다.
전문대학이 위치한 디트릭스도르프에 내려서 잠시 학교를 둘러보고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슈벤티네강을 가로지르는 제방을 경계로 바다와 강은 나눠진다. 제방 옆으로는 방앗간 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저 그 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을 뿐이다. 수문 사이로 쏟아지는 물살이 제법 거세다. 그 정도면 방앗간 돌리기에는 충분했을듯 하다.
수산시장(Fischmarkt) |
페리를 타고 오면서 요트 계류장 말고도 수산시장(Fischmarkt)도 나의 시전을 잡아 끌었다. 멀리서 봐서는 건물 안에 활어도 팔고 그럴 걸로 예상을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직접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냉동창고 내지는 수산물 가공 공장 정도로 보였다. 주변에는 연어 같은 생선을 훈증하는 공장도 보였다. 페리에서 본 큰 건물 하나만 눈에 들어왔는데, 덜렁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는 해양, 수산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함께 모여 산학연계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장이 서는갑 보다. 도로에 내일 서는 장을 알리는 광고판도 볼 수 있었다.
금요일에 열리는 장을 알리는 광고판 |
겨울잠 자던 배들은 모두 바다로 |
그렇게 만의 동쪽을 휘이 돌아 중앙역으로 왔다. 킬의 남동쪽에 위치한 가든(Gaarden)은 오늘 지나치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터키계 이주민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기는 했다. 찬찬히 다시 돌아봐야겠다.
다시 길 위에, 오늘로 세번째다. 역시 이 길 위에서 나의 방향을 다시 찾는다. 그냥 걷고, 생각하고, 그게 좋다. 다음주는 또 어디로 가볼까..... 그건 역시 다음주에도 즉흥적으로 결정을 해야겠다. 그냥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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