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9.

가자! 그리고 투표하자! 모든 정당에 대한 혐오와 함께 무효표를 행사하자.


5월 6일(일)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 주의회 선거가 있는 날이다. 가로등, 가로수를 비롯해서 곳곳에 선거 홍보물이 걸려있고, 선거가 코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러 행사를 통해서 학생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 오늘은(4월 18일) 학생총회(Vollversammlung)가 개최되었고, 다음주에는 대규모 집회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9월 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부산대학교에서 학생총회가 개최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현재를 힘겹게 살아가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드디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내가 공부하고있는 킬대학교(CAU, Christian Albrechts Universität zu Kiel)에서는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학기에도 학생총회가 개최되었다. 학기 초에 정기적으로 학생총회가 개최되는 듯 한데, 이번에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로서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한 의미가 컸다. 주요 의제는 대학과 학생들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고등교육 시스템 개선, 대학 운영에 대한 주체적인 참여 등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비투어(Abitur, 대학입학 자격시험)이나 초중등학교의 학급 정원 문제 같은 교육 전반에 걸쳐서도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도 함께 참여해서  자신들이 의견을 전달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신선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회 선거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뤄진다. 35개의 지역구에서 각각 한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34개의 의석을 배분한다. 2009년 선거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는 약 220만, 투표율은 73.6%였다. 킬의 경우 전체 인구가 약 24만이고, 그 중 학생이 약 12.2%라고 하니까 대략 3만명 정도가 된다. 만 18세 이상이면 선거권을 가지니까 선거권을 가진 고등학생들까지 포함을 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런 상황이라면 킬의 세 개 지역구 후보들은 이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전체 주의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선거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선거 결과를 보면 지역구 당선자 중 킬과 뤼벡(Lübeck)의 6개 지역구는 사민당(SPD)이 나머지 지역구는 기민당(CDU)이 차지했다. 어떤 변수가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흥미로운 결과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과 독일의 대학과 대학생을 아주 단순하게 표면적인 것만 가지고 비교를 하면, 독일의 대학은 한국 학생들에게는 유토피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재정문제를 운운하며 일부 주에서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다시 무상교육으로 돌아갔거나, 돌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연방교육지원법(Bundesausbildungsförderungsgesetz (BAföG))에 따라서 재정보조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도 독일학생들과 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저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는 적게 든다. 물론 그 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이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독일 학생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복에 겨워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길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가 지지했던 정당이나 후보 때문이 아니다. 정치한다는 작자들에게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각인시키지 못했기에 아쉽고, 또 이번에도 그 밥에 그 나물인 국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올 겨울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학생총회에서 받은 유인물 마지막에 있는 발칙한 문장으로 마무리 할까 한다.

Hingehen! Wählen! Bei Aversion gegen alle Pateien ungültig wählen.
가자! 그리고 투표하자! 모든 정당에 대한 혐오를 담아 무효표를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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