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verkerhsplan NRW(출처: http://www.zws-online.de/fahrplaene-liniennetz/strecken-und-liniennetz/regionalverkehrsplan-n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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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6개월만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것도 아주 멀리. 금요일 오전에 함부르크(Hamburg)에 들러서 투표를 하고 다시 기차를 네 번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ordrhein-Westfalen,NRW)에 위치한 겔젠키르헨(Gelsenkirchen). 12시쯤 함부르크를 출발했는데 겔젠키르헨 역에 도착해서 마중을 나온 원재형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시간은 오후 6시나 되어서였다. 대충 기차로 부산에서 출발해서 개성(물론 개성까지는 갈 수 없지만) 정도까지 가는 정도, 아니면 부산에서 버스타고 고성 통일 전망대 가는 정도. 시간이나 거리는 그 정도, 아니면 그 이상이 될 듯 하다. 그리고 어젯밤(4월 1일) 그 길을 다시 돌아 11시쯤 킬(Kiel) 중앙역에 내시 두 발을 디들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전국 어디를 가나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미리 예약만 할 수 있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계획만 미리 잡을 수 있다면 돈도 절약하면서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근거리 철도(Nahrverkehr)의 경우 그룹으로 이용할 경우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차표 가격을 한국과 직접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으니 생략해도 좋을 듯 하다.
위쪽의 노선도는 NRW주의 근거리 철도노선이다. 서울과 수도권 전철도 복잡하기로는 빠지지 않겠지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노선이나 차편 편성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그나마 편리한 편이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철도보다는 버스가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경부선, 동해남부선, 경전선 크게 세 노선의 종점이지만 경부선을 제외하면 열차 이용이 버스보다 불편하다.
철도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는 대전이라고 해도 부산보다야 사정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버스와 비교해서는 여객 수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철도의 경우 노선의 건설비용, 운영에 필요한 기본 비용(종착지 비용)을 등을 고려하면 고정적인 수요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인구가 고르게 분포하기 때문에 철도 노선의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장점을 갖는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역사가 따로 없는 작은 역도 이용객이 많고, 열차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버스와의 연계도 좋기 때문에 시간만 잘 계산하면 도시를 벗어나서도 이동에는 큰 지장이 없다. 지난 주말에 방문했던 도시들의 경우 베를린(Berlin)이나 함부르크에서 볼 수 있는 지하철 노선의 경우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지만,
시가전철(Straßenbahn 또는
Tram)로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전철 노선 중 시내 일부 구간은 지하철처럼 만들어서 자동차의 운행에도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간 균형 발전은 상당히 중요한 화두였던 걸로 알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의 성과가 어떠했는가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정책의지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우 세종시 문제 등을 볼 때 균형 발전에 대한 정책이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 살면서 지역간 균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가를 느끼는 때가 많다.
물론 독일이라고 해서 지역간 격차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정도는 한국에 비해서는 아주 적다.
지난 주말 기차를 다고 여행하면서 보았던 것들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좋을 듯 하다.
교통(특히 철도)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대도시에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인구가 고르게 분포하기 때문에 철도 노선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걸까?
반대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대도시의 혼잡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클까, 대도시의 기능과 인구를 분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클까?
장기적인 전망으로 볼 때는 이제는 당연히 대도시의 기능과 인구를 분산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정부 부처를 몇 개 옮긴다고 해서 균형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사람이 움직여야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그 지역의 생기가 돈다. 사람들이 옮겨가기 위해서는 결국 대도시에서 생활하던 이들에게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생활 편의를 제공해야 할 가능하다고 본다. 교통문제는 당연히 그 첫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여름 강원도 정선의 구절리역에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그해 여름을 끝으로 구절리에는 더 이상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석탄을 운반하는 것이 그 노선의 주 목적이었고 폐광이 되면서 당연히 경제성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경제성만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구절리에 다시 기차가 설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 날이 온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는 곳에 상관 없이 비슷한 생활 편의를 제공받는 공평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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