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8.

지리하는 사람의 사진 이야기 – 이야기 입히기


지리하는 사람의 사진 이야기 이야기 입히기

질녘 성산일출봉에서(2002 9)

이틀 전에 야심차게 써내려간 글은 사실 한참을 쓰다보니 글이 산으로 가고있었다. 그래도 아까워서 올리기는 했지만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제를 명확하게 해서 써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역시나 글이 산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까를 고민하면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사진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좋은 사진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생각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있다. 그러기에 사진도 예술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아쉽게도 그런 경지는 멀어도 한참 멀었고, 그런 사진을 찍기에는 열정도 부족하고, 시간 투자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지리사진으로 돌아가보자. 지오포토(Geo-photo)라고도 하던데, 그런 정의는 중요한 아니니까. 우선 지리사진이라고 한다면 내용이 지리적인(아주 모호하긴 하지만) 사진이라고 정의해도 좋겠다. 나아가자면 나처럼 지리하는 사람이( 거창하게 지리학자, 박사학위를 가지고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리적인 의도를 가지고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면 좋을 같다. 내가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정확히는 답사가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 대학 은사님이신 손일 교수님(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따라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의 사진은 주로 답사나 여행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지리)수업에 사용되었다. 물론 고등학교 근무하면서는 수업시간에 있는 사진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쪽으로도 관심을 가지게되었고 가끔은 꽃도 찍고, 인물 사진(물론 가까운 사람들) 찍고는 하지만 역시나 주는 풍경사진, 지리사진이 주를 이룬다.

사진이 진지하고 대단하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지리사진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얼마든지 내가 원한는 사진은 얻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인터넷에서 찾은 아무리 좋은 사진도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진에는 생각이 없고 내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사진을 보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가이드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번째 성산일출봉에서 찍은 사진은 내가 가장 아끼는 놈이다. 2002 가을 제주도 답사 성산일출봉에서 찍은 사진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여기 저기 헛점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니까 상관없다. 사진이 싫으면 보는 사람이 인터넷 브라우저를 닫으면 그만이다. 사진은 보면 성산일출봉과 제주 본도가 이어진 육계사주도 보이고, 멀리는 제주도의 많은 오름들도 보인다. 물론 수업시간에 지형 설명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사진은 사실 아니다. 하지만 일출봉 많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던 후배의 손을 잡고 올라갔던 , 그리고 이후의 후배와 나의 연애사가 사진에 녹아 있기에 사진을 보면서 나는 얘기가 많아진다. 이런 얘기는 내가 아니면 없는 얘기고 수업의 감초 같은 역할을 있으니 더욱 좋다.(특히 아이들은 선생님의 연애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니까)

해안분지(2005  7)

  번째 사진은 해안분지 사진이다. 해안분지는 지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워낙 유명한 곳이니 달리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가보고 사진을 찍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강원도 양구가 얼마나 가기 힘든 곳인지는 가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예전보다야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부산에서는 정말 먹기 전에는 가기 힘든 곳이다. 대학을 졸업하던 여름. 그해 여름 나는 힘들게 해안분지를 찾았다. 해안분지를 내려다볼 있는 을지전망대에는 차가 없으면 사실 올라갈 수가 없다. 전망대 입구 신고하는 곳에서 창원에서 오신 분들 차를 얻어 타고 올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를 태워주신 분들께 부탁을 해서 내려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때 시원하게 불던 바람, 그리고 더덕향..... 이게 사진 나의 이야기이다.

시장(부산 우암동, 2009 12)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는 볼려고 노력해야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사진을 찍을 때는 유효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 이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어디 유명한 데를 가야 사진을 찍을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곳에서는 누가봐도 알아볼 있는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렇게 어디를 사진 찍기 위해 가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역시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시건을 돌려서 나의 일상, 그리고 추억을 따라가 보고 거기에 어떤 지리적인 의미를 부여해 보는 곳도 좋을 하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아주 가까운 , 그리고 일상적인 공간에도 재미있는 지리사진의 소재는 많다. 마지막 사진은 독일로 오기전 어릴적 생각이 나서 카메라를 들고 어릴적 살던 동네를 찾았을 찍은 사진이다. 20여년 내가 살던 동네는 부산에서도 소위 못사는 동네였다그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잘라진 없을 같다. 하지만 때는 사진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참기름을 발라서 맛있게 김을 굽는 냄세는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이제는 상가도 많이 비었고, 시장에서는 이상 기억 북적거림은 찾아볼 없다. 이런 지역에 으래 나오는 얘기는 재개발. ‚재개발이라는 글자 자체는 긍정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개발은 상당히 위협적으로 들린다. 적어도 나는 그들의 생활을 경험해 보았으니까.

4년여의 나의 짧은 교직생활 동안 나에게 재미있는 수업 중요한 화두였다.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도 능력인데, 아쉽지만 나는 그런 능력은 없다. 하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얘기를 하는거라면 쉬워진다. 나에게 사진은 그랬다. 말로는 다하기 힘든 것을 거들어 주는 그런 역할. 사진의 내용이 음식의 재료라면,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는 양념이라고 해도 좋겠다. 맛있는 요리는 신선한 재료와 적절한 양념, 두가지가 조화된 결과이다. 식당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직접 요리를 해먹어야 한다. 신선한 재료는 식료품점에서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입맛에 맞게 간을 하는 누가 해줄 없는 일이다. 지리사진도 비슷해 보인다.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각자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이다. 수업시간에 내가 고민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다. 어떻게 이걸 버무려서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일까.
아직 북독일은 따뜻한 봄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봄이 오기는 왔다. 카메라가 바빠질 계절이 돌아온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맛있는 지리사진을 찍어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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