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5.

섬을 지켜라! - 쥘트(Sylt)의 해안 보호

사구를 지키는 것은 섬을 지키는 것이다

6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간 독일 최북단 섬 쥘트(Sylt)로 자전거 답사를 다녀왔다. 역시 지리와 답사는 때놓을 수 없는 멋진 조합이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답사를 한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나 경주 같이 자전거 대여가 가능한 곳이라면 시도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쥘트는 'ㅏ'자 모양을 한 섬이다. 섬의 가운데 부분은 모레인, 서쪽 해안은 약 40 킬로미터에 이르는 사빈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북쪽 해안에서부터 시작해서 독일의 북해연안, 덴마크 일대에 이르는 북해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쥘트와 육지 사이의 갯벌도 여기에 속한다. 서쪽의 긴 사빈에서 공급되는 모래로 구성된 사빈 또한 인상적인 자연경관이다. 이번 답사의 주제는 쥘트의 지형과 자연경관 변화, 그에 따른 자연보호와 환경관리, 그리고 환경 등이었다. 지난 10월 혼자 쥘트를 찾았을 때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을 뿐더러, 독일의 지형에 대해서도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냥 보이는 데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짜맞추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자세한 설명도 - 물론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답사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거은 역시나 해안지형과 해안지형 보호를 위한 노력이었다. '사구를 지키는 것은 섬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 자연보호는 섬의 존재의 문제와 다아있는 중요한 문제다. 빙하기의 퇴적물은 모레인에서 시작하는 섬의 역사 이래로 쥘트는 자연의 변화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변화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해수면 상승은 섬 쥘트와 주변의 환경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있거나, 줄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캄펜(Kampen) 해안에 설치된 그로인(2011년 10월 촬영)
쥘트에서는 일찍이 19세기부터 해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왔다. 동쪽의 해안의 경우에는 파도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제방을 쌓는 것으로 충분히 효과적으로 해안을 지킬 수 있었지만 북해에서 오는 파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서쪽의 사빈은 사정이 달랐다. 사빈의 침식을 막기 위해 일찍이 19세기부터 목제 그로인(groin, 방사제)를 설치하였고, 이후 철제와 콘크리트제 그로인으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쪽으로 지형이 변했고, 이는 사빈의 경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스터란트(Westerland) 해안에 설치된 테트라포트
1960년대부터는 사빈을 지키기 위해 테트라포트 설치했는데, 이 또한 오히려 해안의 침식을 가속화시키를 결과를 가져왔다. 베트터란트의 해아넹 설치된 테트라포트는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이 뒤쪽의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으나, 건물은 보호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사빈은 빠르게 침식되었다. 섬의 남쪽 회어눔(Hörnum)의 경우 테트라포트를 그로인과 같은 형태로 설치한 이후 테트라포트 남쪽의 사빈이 아주 빠르게 침식되었다. 쥘트의 경우 섬의 가운데 부분에서 남북으로 연안류가 흐르면서 해안 퇴적물을 운반하는데 테트라포트 설치치 이후 이 연안류의 흐름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과거 거의 남북으로 달리던 해안선은 현재 테트라포트를 경계로 남동쪽으로 걲여버렸다. 2005년 이후로 이 지역에 설치된 테트라포트를 철거하기로 했다는데, 교수님도 어떻게 지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셨다.

회어눔 부근의 해안선(출처 : 구글어스)
제방, 그로인, 테트라포트와 같은 인공구조물의 경우 서쪽의 사빈을 지키는 데는 효과적이 못했다. 그래서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바닥에 퇴적된 모래를 퍼서 해안에 직적 공급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었다. 1972년 처음 도입되었고, 1984년부터는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매년 모래를 사서 붓는데, 쥘트의 경우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모래를 물과 함께 빨아들여서 사빈에 직접 붓는 방식이다. 2010년의 경우 약 100만 m3의 모래를 공급했고, 비용은 약 570만 유로가 들어갔다고 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기술적인 어려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해안보호에 가장 큰 효과를 보고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주로 입자가 굵은 모래를 채취해서 공급하는데, 입자가 클 경우 가는 입자의 모래에 비해 우선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침식에 강하고, 해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묻어서 유실되는 것도 없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지난 가을에 찾았을 때 캄펜의 해안에서 모래가 신발에 묻지 않아서 참 좋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사빈의 모래 공급(오른쪽 아래는 바다 위에 모래 채취 작업선)
사빈과 함께 사구 역시 쥘트의 중요한 자연경관이자 자원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사구 보호는 사빈의 보호와 함께 하나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대부분의 사구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면서 보아도 곳곳에 작은 길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출입금지 표지판이 사람을 가로막는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 사구를 덮고있는 식생이 파괴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바람을 타고 모래가 침식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일년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섬이기에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사구의 보호를 위해서는 모래의 이동을 막는 방책을 설치하거나 식생 피복을 입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구 보호를 위한 방책과 식생 피복
길고 곧게 뻗은 백사장과 부서지는 파도는 사람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모래가 없는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쥘트의 거대한 사구는 마치 사막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독일사람들은 바다와 해수욕을 유독 좋아하는 듯 하다. 그렇게 본다면 쥘트는 여름 휴양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자 섬인 이 곳 쥘트도 자연보호 없이는 더 이상 그 위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를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사구 위에 지어진 수 많은 펜션들...... 경치 좋은 곳에 멋지게 지어놓은 펜션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당장은 돈이 좀 될지 모르겠지만, 해안에 너무 가깝게 지어놓은 건물은 해안의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난개발에 따라서 자연환경의 훼손은 물론 경관까지 해치는 것이 될 것이다. 태안의 경우에도 사구를 지키는 일은 지역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태안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새겨 들어야 할 문구일 것이다.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돌제를 설치한 해외 사례를 찾아보던 중 블로그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유익하네요! 직접 답사를 다녀오신 후 유익한 자료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출처를 밝힌 후에 레포트에 이미지나 정보를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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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된다면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관련된 자료는 좀 더 찾아보시고 보강해서 사용하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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