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Schleswig-Holstein)는 펜케익보다 편평할까?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평탄한 자연경관 |
1. 들어가며
2010년 2월 중순. 독일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독일의 사회나 문화에 적응이 되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북독일의 너무나도 평탄한 지형이다.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이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주말 기차여행 중에 2년만에 감격적으로(?)
독일에서 처음으로 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곳을 지나쳤다. 물론 기차 안에서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렇게 신기하고 반가울 수 없었다.
얼마 전 재미있는 논문을 하나 읽었다. 제목은 „Kansas is Flatter than a Pancake“. 미국 켄사스 주도 평탄한 걸로 빠지지 않는 모양이다. 논문의 내용에 따르면 펜케이크는 편평도가 0.957, 켄사스주는 0.9997로 켄사스주가 펜케이크 보다 훨씬 평탄하다고 한다. 논문을 읽고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북독일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2012년 4월 3일) 50m 방안의
DGM(Digitales Geländemodell, Digital Terrain Modell) 데이터를 구해서 편평도를 구하고, ArcGIS를 이용하여 주제도를 만들어 보았다.
2.데이터 추출 및 처리
2. 1. 사례 지역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독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주(Bundesland)로 면적은 약 16000km2로 독일에서 두번째로 면적이 작은 주이다. 유틀란트 반도(Halbinsel Jütland)의 남부지역과 북독일 평원의 북부에 속하는 지역으로 전체적으로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뻗어있다. 지형은 빙하 퇴적 지형이 주를 이룬다.
2. 2. 편평도 계산을 위한 DGM50에서 자료의 추출과 처리
편평도 계산을 위해서 두 개의 구간을 설정하여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DGM50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Strecke 1은 가우스-크뤼거 좌표체계(Gauß-Krüger
Koordinatensystem Zone 3)에서 좌표값이 (3547900,*)에 해당하는 데이터로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지역을 지나는 하나의 경선이다. 북해 상의 섬을 제외한 육지의 가장 서쪽 지역과 가장 동쪽의 좌표로 주의 가운데를 지나는 경선을 계산할 경우 일부 구간이 바다를 지나기 때문에 이보다 서쪽에 위치한 경선 중 하나로, 편의 상 가장 길 것으로 예상되는 임의의 경선을 선택했다. Strecke 2는 Strecke 1과 같은 방법으로 (*,6009900)의 좌표값을 가지는 하나의 위선을 선택했다. 두 구간의 데이터 중 바다에 해당하거나, 주의 경계를 벗어나는 자료는 편평도의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Strecke 2의 경우 동쪽의 일부 데이터의 좌표가 이웃하는 좌표체계(Gauß-Krüger
Zone 4)에 해당하여 해당 좌표값을Gauß-Krüger Zone 3 좌표값으로 변환하였고, 두 좌표체계 사이에 3000m의 구간은 데이터가 없는 구간으로 역시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2. 3. 결과
편평도를 구하는 식 f=(a-b)/a에 따라 두 구간의 편평도를 계산하였다.
Strecke 1은 구간의 길이는
137750m(a), 전체 구간의 표고차는 76m(b)로 편평도는
0.9994였다.
Strecke 2은 구간의 구간의 길이가 144400m(a), 표고가 156.4m(b)로 편평도는 0.9989였다. 산출된 두 값을 바탕으로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펜케이크 보다는 편평하지만 켄사스 주보다는 덜 편평하다고 할 수 있다.
2. 4. 제한사항
편평도를 계산하고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간을 선택하는 가 하는 점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켄사스 주나 북독일 지역과 같이 편평한 지역의 경우 선택한 구간의 각 지점별 높이의 편차는 구간의 길이에 비해 아주 작은 값이다. 따라서 편평도는 구간의 표고차보다는 구간의 길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선 연구의 경우
1:250000 축척의 자료를 바탕으로 켄사스 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구간의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그 외에 자료 추출에 대한 언급은 없다. 논문에 제시된 그래프를 통해 볼 때 켄사스 주의 경우 구간의 길이가 600km 정도로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두 구간에 비해 4배 이상 길고 켄사스 주의 데이터의 경우 본 연구에서 사용한 데이터에 비해 소축척인 것도 두 지역의 비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 지역에서 다른 구간을 선택해서 편평도를 구할 경우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독일 지역에서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경우 빙하 퇴적지형이 발달한 곳으로 동부 지역은 구릉성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에 비해 니더작센 주(Niedersachsen)의 경우 역시 평탄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지형적으로는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니더작센 주의 경우 축구장 같다고 표현한다)
3. 마치며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그 익숙함을 조금만 벗어나도 재미있는 거리가 될 수 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만 쫓는 작업은 아닐텐데, 항상 뭔가 대단한 것을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나 다시 한 번 나를 돌아 본다. 이번 작업은 호기심만 가지고 시작했지만, 아직은 배움이 부족해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결과에도 오류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논문을 소개해 주신 김화환 교수님과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준 Rolf Gabler-Mieck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참고자료
1) Mark
Fonstad, William Pugatch, Brandon Vogt, 2003, Kansas Is Flatter Than a Pancak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AIR)( http://improbable.com/airchives/paperair/volume9/v9i3/kansas.html)
3) 위키페디아-Schleswig-Holstein(http://de.wikipedia.org/wiki/Schleswig-Holstein)
정말 해보셨네요 ㅎㅎ.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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