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6.

Camino de Santiao, 산티아고 순례길, 그곳의 풍경

프랑스길이 지나는 스페인 북부의 내륙을 지나면서 보는 풍경은 다양하다. 주변에 자라는 나무와 풀을 통해서 대략적인 기후를 예상할 수 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하루, 이틀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때로 숲길을 지나기도 한다. 팜플로나를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 카미노는 로그로뇨를 지나면서는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지난다. 포도와 올리브는 지중해와 지중해성 기후를 대표하는 작물이다. 이런 들판을 지나며 내가 지중해성 기후 지역을 걷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포도와 올리브, 오렌지 등을 많이 재배한다고 배우지 않았는가?

부르고스를 지나 레온 사이에서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곳의 카미노는 해발고도 800m가 넘는 메세타 고원의 북부를 동에서 서로 관통한다. 그라뇽에서 만난 호스피탈레로(알베르게 관리인) 일 데폰소 씨는 부르고스를 지나 메세타를 관통하는 카미노를 진짜 카미노라고 했다. 너무나도 편평한 땅 위에(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는 하지만) 일자로 쭉 뻗은 길 주변에는 밀밭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일부 구간에서는 몇 시간씩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곳이 메세타다. 왜 메세타를 진짜 카미노라고 말하는 지는 직접 걸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생장에서 출발한다면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게 된다. 그 이후 부르고스로 들어가는 구간에서 메세타 고원의 동쪽 끝에서 시스테마 이베리코(Systema Iberico, 메세타 고원의 동쪽 경계가 되는 산맥)의1100m가 넘는 산을 넘는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산맥 동쪽의 고도가 대략 500∼600m, 부르고스 지역이 대략 800m 정도라 대단히 엄청난 부담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레온을 지나 메세타 고원의 서쪽 끝에서 1400m가 넘는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산의 동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지만 서쪽은 한국의 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세타를 넘고 이어서 1200m가 넘는 산을 다시 넘으면 카미노의 끝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메세타를 지날 때까지 보았던 풍경은 좋게 말해 상당히 이국적이라면 갈리시아 지방의 풍경은 굉장히 익숙하다. 낮은 산과 언덕을 지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 이어진다. 카미노가 제주 올레길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으로 가는 길은 제주도의 돌담길을 지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었고, 이어지는 길에서는 제주도 중산간 같은 풍경을 만나기도 했다.

생장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775km의 카미노는 거리로 본다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정도의 거리에 해당한다. 방금 지도를 보니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거리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멀고 먼 길을 언제 다 걸어 도착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걷고, 또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하는 길이 카미노다. 한참을 걷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고개를 들어 주변 풍경을 느끼고, 하늘 한 번 볼 여유가 없을 때도 있다. 아마 출발 후 수일은 아주 잘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카미노에 몸이 적응하는 기간이라 더욱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몸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걷는 것도 점점 익숙해진다. 적응 기간이 끝나면 가끔 고개를 들어 때로는 생경하고 또 때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에, 그리고 마음 속에 담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 많은 날어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지나온 길의 풍경이 아스라이 떠오른다면 카미노의 여운이 더욱 짙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