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5.

해변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킬 생활도 이제 거의 한달이 지나 간다.
지난주까지는 날씨가 한국 가을 날씨처럼 좋았는데,
어제부터는 다시 독일 날씨로 돌아와 버렸다.
암튼 지난 주말은 독일에 온 이후로 가장 즐거운 주말이었다.
토요일에는 Sylt(북해에 있는 독일에서 세번째로 큰 섬, 그리고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에
갔다왔고, 일요일에는 Study Buddy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Marissa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해변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사람이 자연과 항상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고 행복인듯 하다.
베를린. 나름의 문화가 있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 일상은 지극히 도시적일 수밖에 없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베를린이 주는 인상은 나에게는 그냥 하나의 대도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에 비해 킬은 훨씬 정이 가는 도시다.
베를린은 애초부터 나에게는 잠시 머물 도시였고,
킬은 적어도 몇년 이곳에 적을 두고 많은 사람을 알아가며 생활하게 될
나에게는 어쩌면 고향 같은 곳일지도 모르기에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그리고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나는 말한다.
"킬이 베를린보다 적어도 수백배는 좋다"라고




베를린에서 만났던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주말이면 클럽에 가서
(너무 시끄러워 나는 좋아하지 않는)음악에 몸을 맡기고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새벽까지 놀고는 다음날은 없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듯 하다. 물론 나는 즐기지 않는 유흥문화다.
그에 비하면 화창한 주말 가족과 함깨,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해변을 찾아
이야기도 하고, 싸온 음식도 나눠 먹고, 게임도 하고......
나는 이런 삶이 훨씬 여유 있어보여 좋다.
물론 취향이라는 건 다분히 개인적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생활 자체에서 불편한 것들이 많을 수 있다.
당장 생활편의 시설부터 부족하니 말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작은 도시에 산다고 해서 전혀 불편할 게 없어 보인다.
지난 토요일에 갔던 Sylt에서는 작은 마을에도 은행, 병원을 비롯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대도시에 사는 것이 주는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은 도시가 주는 장점도 많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홀로 서있는 듯한 대도시의 적막함 보다는
주변과 좀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가까운 곳에 도시의 건물로 둘러싸인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보다는
흙이 있고, 나무가 있고, 강, 그리고 바다가 가까이 있어 더 좋다.


화창날들의 끝자락에서 나에게 즐거운 일요일 오후를 선물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
이들과, 또 다른 좋은 이들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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