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어느덧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일단 밥부터 먹고
집에 오랜만에 전화도 한통 하고.....
그리고는 오랜만에 보람차고 생산적인 오후를 보내기로 작정을 했다.
기간 미뤄두었던 번역일을 하기로 했다.
친구가 논문 쓸거라고 번역을 부탁한 게 있는데
여름 내내 미루고 미루다 개강을 약 열흘 앞둔 시점에 다시 일을 벌여본다.
IKEA 킬 지점 |
구름에 해가 가렸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살짝 방이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이 정 동향인 관계로 오후에는 다소 어둡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스탠드를 켰는데...... 전구가 나갔보다.
한참 탄력이 붙을라 카는데 말이지...... 할 수 없다. 전구 사와야지.
가까운 수퍼마켓에 있을 줄 알고 찬 공기를 뚫고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역시나.
그래서 시간이 더 늦기 전에 IKEA로 향했다.
베를린에서 같이 공부하던 누나가 이케아, 이케아 노래를 부르곤 했었지.
이케아는 가정용품 전문 대형 할인마트이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기업이다.
오늘 알게된 사실은 이케아는 스웨덴 회사라는 사실.
나오면서 사진을 찍도보니 스웨덴 국기도 앞에 걸려있고,
외관도 단순하게 노란색과 파란색이다.
그렇다 스웨덴 국기 색깔이다.
킬 지점의 경우 고속도로 나들목 바로 옆에 위치한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지점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차를 가지고 오는 고객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입지라고 생각된다.
베를에서도 시의 외곽 지역 또는 시내라도 자가용 이용이 편리한 곳에 입지한다.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에 상업입지에서 설명하는
대형 할인매장의 입지와 맞아 떨어진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는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입지와는 좀 동떨어진 듯 하다)
한국의 수많은 대형 할인마트와의 차이라고 한다면,
우선 가정용품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이다.
주방, 침실, 거실, 욕실 할 것 없이 가전제품과 가정용 공구류를 제외한
대형 가구부터 작은 포크, 숟가라까지
집에서 쓰는 왠만한 것들은 다 취급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특징은 고객의 동선을 제한하는 내부 구조이다.
입구에서 계산대까지 단선형 동선을 따라서 제품을 배치하였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 계획과는 상관 없이 대부분의 제품이 노출된다.
사람이 다 그렇듯이 꼭 필요 없는 것들도 눈에 들어오면
살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나 둘 집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지갑은 헐거워 진다.
나도 킬에 온지 한달만에 오늘까지 벌써 세번째로 이케아를 찾았다.
더이상 이케아에서 사야할 것들이 남았게나 싶기는 하지만
암튼 나도 이케아의 기업 발전에 한몫 단단히 했다고 생각한다.
베를린에서 알게된 몇몇 대학 신입생들도
이사 온 첫날 이케아에서 식기를 사오는 걸 보았난데,
나라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으로 이사한 첫날 나도 이케아 식기를 사러 갔었다.
그리고는 저녁에 식기 정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묻는다. '너 오늘 이사온 거야?'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나 같은 킬 대학교 신입생들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시청에서 준다는 돈1) 중에서 상당부분은
이케아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 본다.
아! 이렇게 화창했던 토요일도 저물어 가는 구나.
저녁에는 간단하게 스파게티 끼리 묵고 낮에 하던 번역이나 좀 더 해야것다.
1) 킬 시청에서는 킬에서 새로 학업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150유로를 지급한다.
시청에서 거주등록을 하면 그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