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의 인구 규모는 약 23만.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도시도 아니다.
인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독일의 전반적인 인구분포를 고려할 때는
도시체계에서는 비교적 상위에 속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인구가 고르게 분포한다는 말이다.(주제와는 상관 없다)
베를린을 비롯한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의 대도시의 대중교통은
크게 버스, 전철(U-Bahn, S-Bahn), 시가전철(Straßenbahn)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S-Bahn은 보통 도시 외곽과 시내를 연결하고, 나머지 교통수단이 상호 보완하는 형태이다.
킬의 경우에는 버스가 중심이 되고, 수상 교통수단인 Fähre(Ferry, 이하 페리)가 결합되어 있다.
독특한 점은 모든 시내버스 노선이 중앙역을 경우하거나 종착지로 해서 운행한다는 점이다.
킬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에 중에 시가전철이 있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브란덴부르크주의 코트부스에서 시가전철을 보았다)
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전철은 도시 규모에 맞지않는 듯 하고,
시가전철의 경우 도로 사정과 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1)
대신 항구도시라는 특성상 페리가 버스노선을 보완하고 있다.
킬은 발트해에서 남쪽으로 뻗은 만2)의 양안을 감싸듯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동안과 서안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킬에서는 세 개의 페리노선이 운행중이다.
킬의 페리 노선도(출처:SFK) |
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도심과 동안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Laboe를 연결하는 F1.
동안과 서안을 연결하는 F2, 킬 운하의 양안을 연결하는 F3. 세 노선이 운행중이다.
Holtenau 와 Wik을 연결하는 F3 |
F3의 경우 따로 운행시간표 없이 수시로 운행을 하고,
자전거도 가지고 탈 수 있고, 제일 중요한 건 무료라는 점이다.
킬 운하가 유틀란트반도를 동서로 관통하기 때문에
운하의 양안의 연결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곳곳에 다리가 놓여있지만, 선박의 통항을 위해서 다리를 상당히 높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등의 문제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운하를 따라서 킬의 F3와 같은 페리가 많이 운행중이다.
만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F1 |
오늘 오후에는 F1 노선을 타보았다.
10월 1일부터 학교에서 지급받은 승차권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승차권으로 F1 노선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승차권 노선의 종착지인 Laboe는 시내의 기본요금 구간을 벗어나기 때문에
추가로 승차권(버스를 이용할 경우) 또는 페리 승선권을 구입해야하지만
학생승차권으로는 이곳까지 갈 수 있다.
중앙역 옆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종착지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F2 노선의 경우 아직 타보지 못했다.(아마 앞으로 탈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이용객은 F1보다 F2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특히 지난번 아침에 선착장 부근을 지나다 보니 꽤 많은 사람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볼 문제는
'왜 다리를 놓지 않고 페리를 이용할까?'라는 점이다.
F2 노선 운행 구간에 다리를 건설할 경우 만의 폭은 2km가 채 되지 않는다.
현대 토목기술로 그 정도 폭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역시 대형 선박의 통항을 위해 다리를 높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인데
이 역시도 기술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인천대교나 현재 건설 중인 부산의 북항대교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다리 건설에 따른 비용과 효용의 문제라고 본다.
F2 노선의 선착장이 있는 Dietrichsdorf에서 버스를 이용해서 중앙역까지 오는데는
약 30분 정도면 충분하다.(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제외)
중앙역에서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한다고 할 경우
킬 시내 대부분의 지역은 한 시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하다.
차가 있다면 시간은 당연히 더 단축될 것이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다리의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일본의 도쿄만 같은 경우는 다리가 아니라 해저터널을 건설했다고 하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비용과 효용성이다.
그렇게 본다면 마창대교는 한번 생각해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킬과 상황이 비슷하다면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아 보인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는 이용한다는 식의 발상은 이제 그만 둬야하지 않을까.
1) 킬의 전반적인 지형은 북독일 평원의 지형이 전반적으로 그러하듯이 평탄하다.
다만 만의 양안은 만을 향해 완만하게 경사 진 형태이고,
만에 가까운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하다.
2)독일어에서 만(灣)을 뜻하는 단어로 'Bucht'라는 단어가 있다.
독일 전도를 보면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북동쪽 전체를
Kieler Bucht(킬만)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그 Kieler Bucht에서 내륙으로 좁게 뻗어 들어간 만입부는
따로 'Förde'라고 따로 부르고 있다.
그래서 Kieler Bucht에서 남쪽으로 이어져 있는 좁은 바다(만)은 Kieler Förde라고 부른다.
Förde는 스칸디나비아어 Fjord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지형학적인 개념은 구분되어 정의된다.
Fjord는 산악빙하가 바다쪽으로 이동하면서 만든 깊은 계곡이 침수된 반면,
Förde는 빙기 당시 이 지역을 덮고 있던 대륙빙상의 말단부에 의해
평탄한 지역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계곡이 침수된 형태를 이른다.
독일의 지형학 서적에서는 Förde 해안을 Fjord해안과 따로 구분하고 있고,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와 덴마크의 발트해 연안을 따라서
전형적인 Förde해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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