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누빈다. 독일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Stadt Rally(City Rally)
파란만장했던 첫주가 지나갔다. 언어의 벽을 절감하기는 했지만, 월요일의 그 어색함은 어느 정도 해소된듯 하다. 오늘은 지리학과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Stadt Rally(도시 랠리)에 대해서 소개를 할까 한다. 일종의 오리엔티어링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전부터 이런 게임을 내 후배들도 오리엔테이션 하면서 하면 어떨까 했는데,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내가 이러고 있다.
Stadt Rally는 말 그대로 시내에 5개의 장소를 돌면서 게임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랠리다. 지난주에 멘자(학생 식당) 앞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한무리 학생들이 와서 나에게 와서 사과와 뭘 바꿔줄 게 있냐고 물었는데, 그 때는 이게 뭔가 했는데 그 학생들도 역시나 랠리 중의 미션을 수행중이었던 듯 하다.
각 조에는 지도와 5개의 찾아가야할 장소의 좌표가 주어진다. 그리고 사과와 삶은 계란 각 하나 씩. 좌표를 읽어서 지도를 보고 각 지점을 찾아가면 학생회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 게임을 수행하고 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5개의 지점을 모두 찾아서 게임을 하는 중에 사과와 계란은 다른 물건과 바꿔야 한다. 바꾼 물건을 또 바꾸고 해서 마지막에 가진 물건이 비쌀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몇몇 게임은 나에게 두번째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아주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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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구호를 외치고 한잔 쫙! |
첫번째 장소로 가기 우선 구호를 정하고, 연습도 해보고 한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조금 다른 거라면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작은 잔에 (수시로)나눠 마시면서 다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때로 술을 마시는 장면은 거의 보기 힘든데, 독일에서는 맥주병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장면은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해도 떨어지고 날도 춥고하니까 한잔 씩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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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게임 양탄자 뒤집기 |
첫번째 장소를 찾는데 시간을 좀 많이 허비했다. 주어진 좌표와 많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통에 일대를 한바퀴 돌아야 했다. 지도에서 좌표를 찾는 일은 아주 간단한 독도법 지식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지도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말은 잘 안통해도 지도 보고 길 찾아가는 거야 뭐 늘 하던 일이니까 내가 나서서 길을 찾았다. 잘한 것 같다. 다 끝나고는 몇 명의 아이들이 좌표를 어떻게 찾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임시로 종이에 자를 만들어서 좌표 찾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는데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한 달 동안 킬 여기 저기 돌아다서 그런지 나머지 장소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번째 장소는 Altstadt(구도시)에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게임은 작은 양탄자 위에 열 명이 올라서서 윗면이 안보이도록 뒤집는 게임이었다. 신문지 위에 올라서서 반씩 접어가는 게임과 비슷했다. 업고 매달리고 끙끙거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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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게임 인간 옷걸이 |
두번째 장소는 구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두번째 게임은 한명이 팔을 벌리고 서있고, 제한 시간 안에 나머지 사람들이 옷을 벗어서 걸치고 총 몇 벌인지로 점수를 준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확실히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이다. 속옷은 점수를 더 준다고 하니까 여학생들은 과감하게 벗기 시작한다. 위 사진에 샤워타월 같은 걸 걸치고 있는 남학생은 아랫도리를 다 벗어던진 용자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게임을 길 거리에서 한다. 문화적인 차이가 확실히 크기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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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게임 간단한 용어 설명하고 맞추기 |
세번째 장소는 Sparkasse Arena(슈파카세 아네라, 공연장 및 실내 경기장으로 이용하는 다목적 홀) 앞에 있다. 우리조가 도착했을 때는 다른 조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은 간단하다 한 명이 간다한 용어(지리 관련)를 몸짓으로 설명하고 나머지가 맞추는 게임이다. 설명하는 학생이 참 재치있다. 다른 건 기억에 나지 않는데 Golfstrom(멕시코만류)는 기억에 남는다. 골프 스윙을 한 번 보여주고는 팔로 물이 흐르는 걸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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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현장 |
각 장소마다 학생회 학생들 두 세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학생들이 점수를 주기 때문에 이렇게 공공연하게 배고프다고 하면 소세지도 사주고, 목마르다고 하면 커피도 사다주고 한다. 이마저도 랠리의 소소한 재미인듯 하다. 이렇게 뇌물 주고 점수를 받고는 네 번째 장소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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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게임 멕주병 옮기기 |
오후 4시에 학교에서 출발한 랠리는 네번째 장소에 도착할 때쯤에는 완전히 깜깜한 저녁이 되었다. 네 번째 장소 Schreven Park(슈레벤 공원,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에서 학생회 회장을 비롯해서 몇 명의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어지는 게임은 생리대를 허리나 목에 걸고 그걸 손을 쓰지 않고 집어넣어서 맥주병을 옮기는 게임이다. 역시나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게임이다. 두번 째 게임은 한국에서도 대학생이란 이름으로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잘 모르겠다. 문화는 이해하는 것이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니까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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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게임 뺑뺑이 돌고 풍선 옮기기 |
마지막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게임은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게임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데로 두 명이 지팡이를 짚고 열 바퀴를 돌고 머리를 맞대고 풍선을 옮기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이야 한국에서도 노상 하는 게임이니까 크게 색다를 건 없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나도 한 번 돌았는데, 확실히 몸이 안따라준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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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로션 홍보부스에서 물물교환 시도 중 |
마지막 게임이 진행 중인 동안 몇 명의 여학생들은 인근 가정을 찾아가서 마지막으로 물물교환을 통해서 커피 한잔과 과일 셀러드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사과를 장미 두 송이로 바꾸더니 그걸 바꾸고 바꾸고 해서 이것 저것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큰 지도에서 Stadt Rally 보기
4시에 출발한 랠리는 8시나 되어서야 긑이 났다. 학교에서 첫번째 장소 근처까지는 버스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도보 이동 거리만 하면 대학 3km 남짓 될듯 하다. 부산대학교 부근에서 이런 랠리를 한다면 갈 곳도 많고 알차게 코스를 짤 수 있을 듯 하다. 동래향교, 동래시장 안에 있는 옛 동래부 건물들, 금강공원, 온천장, 우장춘로...... 물론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곳들도 포함해도 좋을 것이다. 지리학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랠리는 독일에서는 지리학과가 아니더라도 많이 하고 있는 일반적인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한국에서도이미 이런 게임을 오리엔테이션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교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라면 한 번 시도해 보아도 좋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고등학교의 동아리나 계발활동에서도 여건만 허락한다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까지.
ps 인터넷 속도에 속터지는 이내 맘은 누가 알아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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