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utube.com/watch?v=G8yKFVPOD6o
참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저 핑계일 뿐이다. 오늘은 최근에 읽은 책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다. 독서모임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 갔지만 그저 나만의 짧은 독후감이라고 하면 좋겠다.
책은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불과 십여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들어서만 알고있는 우리의 '보릿 고개'의 모습이 이 책에서 묘사하는 말라위의 모습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가뭄과 이어지는 기근. 그 상황이 어떨지는 그저 책의 내용을 보고 그려볼 수 있을 뿐, 나의 경험 밖에 있는 일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참 다른 현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 캄쾀바가 작은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과정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나는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캄쾀바와 비슷한 나이던 시절의 한국의 모습이 말라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대학교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내 아버지와 그 세대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 또 어린 시전 아버지께서 고장난 라디오며 TV를 고치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캄쾀바의 이야기는 대단한 아프리카 소년의 이야기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캄쾀바가 풍력발전기를 만들 수 있었던 데는 부모의 역할과 영향이 컸다보 봐야할 것 같다. 특별히 뭔가를 해주지는 못했지만 부모의 생각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린 아무도 죽이지 않아. 경찰을 부르면 그 사람들은 감옥에서 굶어 죽을 거야. 모두 똑같이 배가 고파. 우린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해."
요즘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경쟁과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토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리 인성이 중요하다 한들 성정보다는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부모 아래서 아이들은 그걸 그대로 배운다. 냉혹한 현실을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현실에서 홀로 살아남는 것보다는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캄쾀바의 아버지 말은 그런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난 아빠를 사랑하고 깊이 존경했지만 아빠처럼 살기는 싫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내 인생을 움직이는 대신 비와 비료 값과 씨앗 값이 나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캄쾀바의 뒤에는 그를 믿고 지지하는 부모가 있었다. 아이의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아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들을 향해 많이 사람들이 좋지않은 말을 할 때도 말이다. 그랬기에 캄쾀바는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 아이들은 어떨까? 공부에 눌려 지내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까? 그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결정하는가? 꿈을 그려볼 시간도 주지않는 환경에서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미래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닐까? 답답하다.
환경이 한 사람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환경이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캄쾀바와 같은 아이를 한국 사회는 어떻게 자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아야할 대목이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딱히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비록 환경이 그리 녹녹치 않겠지만 직접 미래를 그려보고 그 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라고 말을 해야겠지. 한국에서도 캄쾀바와 같은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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