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7.

찌개를 함께 먹는 음식문화에 대해

김치찌개


방금 다음 뷰에 올라온 '한국인임에도 불편한 한국인의 생활습관'(http://v.daum.net/link/29688132?CT=ER_NEWS)이라는 글을 읽었다. 외국에 살면서, 특히 지금은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그래서 그냥 나도 한 번 같은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한다.

한국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찌개류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만들기도 간단하고 특색도 있어서 참 좋다. 앞서 언급한 글을 쓴 블로거는 찌개를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깔끔떤다' 이런 식의 발언은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말은 하고싶지도 않다. 추천수가 삼백 건이 넘었고, 다음 뷰 메인에도 올라올 정도니까 많은 사람이 공감을 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많은 댓글을 보면서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선 이런 식문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위생의 문제를 든다. 그렇다. 당연히 위생을 생각한다면 개선을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나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어떤 절대적인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가를 수도 없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그들의 문화이기에 잘잘못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다.

댓글을 보면 우리는 원래 겸상이 아니라 각상을 하는 문화였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각상을 하던 문화가 사라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반가의 문화였던 각상은 사라지고, 민가의 문화였던 겸상이 남았다는 댓글도 볼 수 있다. 반가의 문화가 격이 높고, 민가의 그것이 격이 낮다고 말하는 것 또한 문화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본다면 지양해야할 생각이라고 본다. 반가의 문화도 우리의 전통문화요, 민가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만큼 시간이 흐려면 당연히 변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 지금은 어떤 특정 문화가 보다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겸상을 하는 문화가 갖는 장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과, 아버지는 따로 상을 받아서 다른 가족과 따로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 둘 중에 어떤 것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볼 때 좋아보일까?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식사할 시간 조차 만들기 어려운 요즘 사람들의 생활이 아쉬울 뿐이지, 겸상은 절대로 나쁜 문화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 외국의 식문화와 비교를 하는데, 그건 그들의 식문화지 한국사람들의 식문화는 아니다. 서양식 상차림의 경우에는 한식과 다르다. 하나의 접시에 일 인분씩 음식을 내는 서양식에 비해 한식에서 일 인분을 나누기는 사실 상당히 애매하다.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식의 경우 밥, 몇 가지 반찬, 국이나 찌개 정도로 구성된다. 밥과 국이야 개인 그릇에 담아서 먹지만 보통의 가정은 반찬을 따로 개인별로 나눠 먹지는 않는다. 찌개도 마찬가지다. 밑반찬 같은 경우에는 보통 한끼 식사를 위해 만든다기 보다는 몇 일 두고 먹을 생각을 하고 만다는 것이 보통이다. 많이 만들어 두고 먹을 때마다 접시에 담아 내는 집도 있을 것이고, 우리집처럼 그냥 먹고 남은 것은 냉장고 보관하는 집도 있을 것이다. 원하면 부페처럼 원하는 반찬을 개인적으로 덜어먹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찌개나 전골 같은 경우에는 요즘은 각자 작은 그릇에 덜어먹는 경우도 많지만, 그냥 함께 먹는 경우도 많다. 독일 사람들도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 같이 가까운 사이에는 먹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다만 그들에게는 우리의 반찬과 비슷한 개념의 음식이 별로 없고, 찌개 같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수프는 보통 주요리 전에 먹는 음식이다. 한 번은 같이 저녁을 해먹자고 오라고 해서 김치찌개를 재료를 가지고 가서 해줬더니 자기들 수프 먹듯이 주요리 전에 그냥 먹기에는 짜고 매운 김치찌개를 그냥 먹는 모습도 보았다. 음식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는 말이다. 내가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대접할 때는 짧게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반찬 같은 경우에는 그냥 나눠먹는다. 거기에 대해서 불편한 모습을 보인 친구들은 아직 없었다. 찌개 같은 경우에는 한국사람들은 덜어먹지 않고 그냥 먹기도 한다고 말해주고, 원하면 덜어주겠다고 하면 이해를 한다.

문화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하는 것이지, 좋고 나쁨을 갈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개인의 생각이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마저도 존중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다면 서로 얘기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다수의 것도 인정을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서로 각자 먹을 것을 덜어 먹을 것을 원하는 사람들을 '까탈스럽다', '유난을 떤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실례고, 그런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위생적이다'라고 말하는 것 또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앞서 언급한 식문화도 분명히 변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일반적인 것이 일반적이 아닌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되,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댓글 2개:

  1. 위생에 안좋은게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됩니까? 당신은 그걸 문화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행위로 인해 누군가가 병균이 옮아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봄? 왜 아직도 한국에 결핵이 남아있고 위궤양 유병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지는 생각 안해봄? 무슨 문화라는 두 글자만 갖다 대면 뭐든지 정당화되는줄 아나본데,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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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생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음식을 먹어왔고, 당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문화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가 가능하고, 당연히 문화라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분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문화를 인간의 생활양식의 집합이라고 본다면 현재 한국사람들이 찌개를 먹는 모습은 문화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호불호나 문제점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서 말입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는 것이 누군라도 볼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가 남긴 댓글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댓글에는 물론 좋은 내용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글에서 사실관계 또는 논리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라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댓글은 비판이라기 보다는 비난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언급한 결핵이나 위궤양에 대해 찾아봐도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두 질병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혁은 호흡기 질환이지 소화기 질환이 아닙니다. 위궤양의 경우에도 비스테로이드소염제의 사용에 따른 궤양이 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자료는 있지만, 방송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진 헬리코박터균 관련 질환의 국내 유병률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비판을 하려면 타당한 근거를 들어 비판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당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칠 자유는 있지만 타인을 비난해도 될 자유는 없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대한 타당한 비판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또 사실관계의 오류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해주신다면 공부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당신의 논리적인 비판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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