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29일) 아침 일어나서 인터넷을 통해서 가장 먼저 읽은 한국 기사는 '썰렁하게 출발한 재외국민선거'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4.11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이 올랐다. 선거 당일까지 한국에서는 넘쳐나는 후보들의 명함과 전단지가 거리에 굴러다닐 것이고, 확성기를 통한 홍보는 엄청난 소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에게는 각 후보와 정당의 정책 홍보물도 오지 않지만 나의 선거도 오늘로 시작되었다.
독일 생활도 2년. 한국에서도 선거는 빠지지 않고 참여를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니와 사실 소위 '정치한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이란 생각 때문에 상당이 회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당선되었던 그 선거에서도 나는 인물이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모든 후보들에게 골고루 한 표씩을 나눠주고 나왔던 나였다. 물론 2년의 독일 생활이 기존 정치권에 나의 불신을 없애준 것은 아니지만 점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지 않아도 그 상황이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 좋지않은 쪽으로,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나도 닥치고 투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재외국민 유권자는 약 223 만명. 그중 12만 여명 정도가 재외국민 선거에 등록했다고 했다. 이번 선거의 전체 유권자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선거권을 가진 재외국민은 전체 유권자의 5~10%, 등록한 재외 유권자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정도일 것이다. 이번 선거의 재외국민 선거 등록율이 5% 대. 50% 정도가 등록을 했다고 한다면 비례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그랬다면 각 정당의 선거운동에서도 고려를 해야할 사항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재외국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관련 법안을 만들고 심사한 사람들에게 꼭 묻고싶다. 과연 재외국민들의 상황은 조금이라도 고려를 해보고 법안을 만들었는지 말이다. 법이 없어서 신성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것보다야 났겠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재외국민 투표에 총 293억 여원 1인 당 23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데, 실제로 등록한 국민에게 메일 몇 번 보내준 게 다인데 어디서 그런 비용이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신성한 선거권은 23만 이상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재외국민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재외공관(대사관 또는 영사관)으로 직접 가서 투표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재외공관이 하는 일이 동사무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은 들었지만 동사무소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건 아니다. 독일로 한정을 하더라도 이 넓은 나라에 공관은 총 네 군데. 물론 교민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는 곳에 공관이 위치하고는 있지만 모든 재외국민이 공관을 동사무소처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거리를 극복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인 거리 뿐만 아니라, 공관까지 가고 오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까지 고려를 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결국 투표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데는 단순하게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차비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나 같은 경우에도 킬에서 함부르크까지 왕복하는 데는 가장 싸게 간다고 해도 20유로 정도를 교통비로 지출해야하고, 적어도 5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20유로를 쓰면서 벌벌 떨만큼 힘들게 살지는 않지만, 5시간은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당장 과제가 급하다면 5시간을 빼서 함부르크까지 다녀오는 건 장담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번처럼 강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교통비를 준다고 해도 상당히 귀찮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 선거라고 하는 지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거리 극복의 비용으로 금전적인 비용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비용도 상당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관련 법률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있어야 할 것이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비용이 얼마가 들었네, 몇 명이나 투표를 했네 하는 숫자 놀음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명의 국민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포기하고 지출하는 비용은 정부가 지출하는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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