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잃어버린 예법을 시골에서 찾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나. 지금 중국은 오랑캐처럼 머리 깎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어 고대 한나라 관원의 위엄과 법도를 알지 못한 지 백여 년이 지나고 말았다. 유독 연극하는 마당에서만 옛적의 검은색 모자, 둥근 옷깃, 옥 허리띠, 상아 홀을 본떠 장난과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 아아, 중국의 옛 늙은이들은 다 세상을 떠나겠지만, 혹여 얼굴을 가리고서 차마 볼 수 없어 하는 이가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혹시 이 연극을 즐겁게 관람하면서 옛적의 제도를 상상하는 자라도 있지 않을까?
동지사 사신이 되어 북경에 들어갔던 자가 남방의 오(吳) 땅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 땅의 사람이 말하길, "우리 고장에 머리를 깎는 가게가 있는데 좋은 세상의 즐거운 일이라는 뜻의 '성세낙사(盛世樂事)'라는 간판을 붙여놓았소"라고 하기에, 서로 쳐다보며 한바탕 웃다가 곧이어 눈물이 핑 돌더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서글퍼 말했다. "습관이 오래되면 천성이 되는 법이다. 세속에서 이미 습관이 되고 말았으니 어찌 변화시키겠는가? 우리나라 부인네의 의복이 자못 이 일과 닮았다. 예 제도에서는 부인들 옷에도 띠가 있었으며 모두 소매가 넓고 치마가 길었다. 고려 말에 으르러 여러 임금들이 원나라 공주에게 장가들면서 궁중의 머리 모양과 의복이 모두 몽골 오랑캐 제도가 되었다. 그때 사대부들은 다투어 궁중의 양식을 사모하여 마침내 풍속이 되고 말았다. 삼사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저고리 길이는 겨우 어깨를 덮고 소매는 동여맨 듯 좁아 경망스럽고 꼴사나운 모양이 정말로 한심스럽다. 여러 고을 기생들의 옷은 도리어 우아한 옛 제도를 보존하여 비녀를 꽂아 쪽을 찌고 원삼에 선을 둘렀다. 지금 그 넓은 소매가 너울거리고 긴 여가 치렁거리는 것을 보면 한결 기분이 좋다. 지금에 비록 예법을 아는 집안이 있어 그 경망스런 습속을 고쳐 옛 제도를 회복하고자 하더라도, 세속의 습관이 오래되어 넓은 소매와 긴 띠를 기생의 옷차림과 똑같다고 여겨 그 옷을 찢어버리며 자기 남편을 나무라지 않을 부인네가 있겠는가?
이홍재 군은 약관 나이부터 내게 배웠다. 커서는 중국어를 익혔으니 그의 집안이 대대로 역관인 까닭이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문학을 권하지 않았다. 이군은 중국어를 익히고 나서 관복을 갖추고 사역원에서 벼슬살이를 했다. 나 역시 속으로 이 군이 전에 글을 읽을 때는 자못 총명하여 문장의 도를 알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려 까먹었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하루는 이 군이 자기가 쓴 글이라고 하며 제목을 '자소집(自笑集)'이라 하고는 내게 보여주었다. 논(論), 변(辨), 서(序), 기(記), 서(書), 설(說) 등 백여 편인데 모두 해박하고 논리 정연하여 한 작가의 경지를 이루었다.
나는 처음에 의아해서 물었다.
"자기 본업을 버리고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군이 죄송해하며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본업이고 과연 쓸데가 있습니다. 대개 사대교린의 외교 관계에서는 글 잘 쓰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고 옛 고사에 익숙한 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까닭에 사역원의 관리들이 밤낮으로 익히는 것은 모두 고전의 문장입니다. 제목을 주고 재주를 시험하는 것도 다 여기에서 취합니다."
나는 이에 정색을 하고 탄식했다.
"사대부들은 태어나 어려서는 독서할 줄 알지만, 자라서는 과거 문체를 배우고 기교를 꾸미는 변려체 문장이나 익힌다네. 과거에 합격하고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매달리지. 그러니 어찌 다시 이른바 고전의 문장이 있다는 것을 알겠는가?"
역관이란 직업은 사대부들이 얕잡아 보는 바다. 내가 염려되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책을 저술하고 이론을 세워가는 참된 일을 도리어 아전이나 서리의 말단 기예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극 마당의 검은 모자나 고을 기생의 긴 치마처럼 되지 않을 것이 거의 없으리라. 나는 이런 점이 걱정되는 까닭에, 이 문집에 대해 특별히 쓰고 나서 다음의 서문을 쓴다.
"아아! 읽어버린 예법은 시골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의 옛 제도를 보려면 마땅히 연극배우에게서 찾아야 하고, 부인네 옷의 우아함을 찾고자 한다면 마땅히 고을 기생에게서 살펴야 할 것이다. 문장의 성대함을 알고자 할진대, 미천한 관리인 역관에게 부끄럽다."
<자소집서(自笑集序)>(연암집(燕巖集), 박지원, 박수밀 역, 지식을만드는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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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씨 연습삼아 필사하고 있는 박지원의 연암집 중에서 요즘 세상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 있어 소개한다.
사대부들은 어려서 독서를 했지만 결국 과거를 위한 변려체 문장이나 익히고 고문을 멀리한다고 연암은 탄식한다. 200여 년 전의 글이 다시 살아난 것인가? 변려체 문장 익히는데 열을 올리는 조선의 사대부나, 학교시험, 수능시험, 토익시험, 공무원시험 등등 온갖 시험 공부에만 목을 매고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나 크게 다를 게 무엇인가. 나라고 다를 게 있겠냐 만은. 안타깝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저마다 공부를 하고 있지만 참다운 공부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는 누구는 토익시험, 누구는 경찰공무원 시험, 누구는 행정직 공무원, 또 누구는 무슨 자격증, 그 와중에 나는 임용시험. 학기 중이라면 과제하는 학생들이라도 보이련만 봄을 향해 가고있는 대학 도서관의 군상은 수험생이다.
연암이 꼬집은 변려체 문장이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나 알겠는 것은 결국 시험이 끝나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땅의 대학생, 취업준비생 중에 토익이라는 놈에게서 자유로운 이가 몇이나 될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도 영어로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말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외국인이 영어로 뭐 하나 물어보면 땀을 비오듯 흘리는 수준을 넘어 물총 쏘듯 흘리는 TV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씁쓸할 따름이다. 다른 시험공부라고 별반 다를 건 없다. 물론 어떤 지식이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살다보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만, 선발을 위한 시험은 사람을 걸러내는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그 시험공부라는 것이 시험이 끝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점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있다.
시험이 가진 한계이니 어쩔 수 없다 말하는 이도 있을 게다. 그래도 나는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게 뭐라도 하나 고이고이 접어두고 싶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지금 시간이 조금은 생산적이고, 나의 발전을 위한 것이길 바란다.
2016. 2. 23.
2016. 2. 15.
지형학 공부 - 빙하의 이동
지형학을 공부하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 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한때는 지형학을 참 사랑했드랬다. 그렇다고 요즘은 완전히 관심을 끊었느냐? 그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이것 저것 다른 것들에도 관심이 가기도 하고, 사실 공부를 할수록 지리학이 뭔지 더 모르겠다. 암튼 오늘 공부한 것 중에서 하나를 정리해서 올려볼까 한다. 사실 책을 보고도 한참 이해가 안되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알게된 것이라 다소 부정확하거나 모호할 수 있지만 그래도 공유할까 한다.
주제는 '빙하의 이동'이다. 빙하의 이동은 크게 소성적 유동(plastic flow ice)와 활동성 운동(basal slip)으로 나눌 수 있다. 지형학(권혁재)와 맥나티트의 자연지리학을 봐서는 두 가지 이동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참고한 자료는 다음 링크다.
Deformation and sliding
소성적 유동은 압력에 의해 빙하 내부가 냉동실의 얼음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걸쭉한 반죽이 흘러가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한다. 빙하가 소성적 유동만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빙하의 아랫부분은 바닥과의 마찰로 이동이 없거나 아주 느린 상태가 된다. 그에 반해 위로 갈수록 마찰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빠르다.
활동성 운동은 압력에 의해 빙하 바닥이 녹아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며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는 형태이다. 활동성 운동만 한다고 가정한다면 빙하의 형태는 변하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덩어리 형태로 미끄러지게 될 것이다.
빙하의 이동 형태를 소성적 유동과 활동성 운동으로 구분하였지만 빙하의 실제 이동 형태는 소성적 유동과 활동성 운동이 함께 이뤄지는 것 같다. 다만 온난빙하의 경우 바닥면에서 활동성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이동 속도가 빠를 것이고, 한랭빙하의 경우 활동성 운동 보다는 소성적 유동이 우세한 이동이 이루어지며 상대적으로 이동 속도가 느릴 것이다. 빙하의 온도 외에 빙체의 형태와 경사, 설원의 규모 등에 따라서 빙하의 이동 속도는 달라진다.
곡빙하의 이동에 있어서 이동 속도는 중앙의 상층부가 가장 빠르고 기반에 가까울수록 느리다. 이는 마찰력과 관련이 있다. 이는 하천에서 유속 분포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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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좋아서 전공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여전히 용어의 순화 내지는 대체는 필요해 보인다.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된 용어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본의 번역을 그대로 따른 경우가 많아 전공자도 그냥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태반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학자들의 학문적인 자존심을 지키는 길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학자가 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좀 바꿉시다. 쫌!
주제는 '빙하의 이동'이다. 빙하의 이동은 크게 소성적 유동(plastic flow ice)와 활동성 운동(basal slip)으로 나눌 수 있다. 지형학(권혁재)와 맥나티트의 자연지리학을 봐서는 두 가지 이동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참고한 자료는 다음 링크다.
Deformation and sliding
소성적 유동은 압력에 의해 빙하 내부가 냉동실의 얼음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걸쭉한 반죽이 흘러가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한다. 빙하가 소성적 유동만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빙하의 아랫부분은 바닥과의 마찰로 이동이 없거나 아주 느린 상태가 된다. 그에 반해 위로 갈수록 마찰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빠르다.
활동성 운동은 압력에 의해 빙하 바닥이 녹아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며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는 형태이다. 활동성 운동만 한다고 가정한다면 빙하의 형태는 변하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덩어리 형태로 미끄러지게 될 것이다.
빙하의 이동 형태를 소성적 유동과 활동성 운동으로 구분하였지만 빙하의 실제 이동 형태는 소성적 유동과 활동성 운동이 함께 이뤄지는 것 같다. 다만 온난빙하의 경우 바닥면에서 활동성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이동 속도가 빠를 것이고, 한랭빙하의 경우 활동성 운동 보다는 소성적 유동이 우세한 이동이 이루어지며 상대적으로 이동 속도가 느릴 것이다. 빙하의 온도 외에 빙체의 형태와 경사, 설원의 규모 등에 따라서 빙하의 이동 속도는 달라진다.
곡빙하의 이동에 있어서 이동 속도는 중앙의 상층부가 가장 빠르고 기반에 가까울수록 느리다. 이는 마찰력과 관련이 있다. 이는 하천에서 유속 분포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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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좋아서 전공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여전히 용어의 순화 내지는 대체는 필요해 보인다.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된 용어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본의 번역을 그대로 따른 경우가 많아 전공자도 그냥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태반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학자들의 학문적인 자존심을 지키는 길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학자가 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좀 바꿉시다. 쫌!
2016. 2. 14.
국제시장, 흙수저 그리고 아버지 - 허삼관 매혈기(위화, 1995)
'허삼관 매혈기'. 제목만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소설이다. "허삼관이 피 판 얘기" 간단하다.
힘들게 번 돈을 두고 사람들은 '피, 땀 흘려 번 돈'이라 한다. 허삼관은 땀 흘려 돈을 벌기도 했고, 피 흘려 돈을 벌기도 했다. 땀 흘려 번 돈은 힘을 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고, 피 흘려 번 돈은 몸의 일부를 팔아 번 돈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니 1960년대 중국에서는 피를 파는 일이 있었나보다. 1960년대 대한민국에서도 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허삼관이란 남자는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아내를 얻기 위해 피를 판 돈을 썼고, 사정이 어찌되었든 세 아들을 위해 여러 번 피를 판 보통 아버지다. 가진 것도, 물려받은 것도 없는 허삼관을 2016년 대한민국에서 회자되는 말로 한다면 딱 흙수저다. 수십년 전 보릿고개 넘기가 힘들던 시기 피를 팔아 처자식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면 우리내 아버지도 피를 팔았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이 동생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파독광부로 지원을 하고, 돌아와서 또 전쟁통인 베트남으로 가는 걸 보며 짠한 감정을 느꼈던 것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허삼관의 얘기는 그저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2016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도 허삼관의 얘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서 피라도 팔 수 있다면 감지덕지라고 해야할까?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가끔 장기매매와 관련된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피는 어느 정도는 뽑아도 잘 먹고, 잘 쉬면 다시 생기는 것이지만, 장기는 다른 문제다. 장기매매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한다면 제약회사의 임상실험은 어떤가? 다른 일자리와 비교해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젊은이들이 임상실험에 지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는가? 소설 속 허삼관은 같이 매혈을 했던 근룡이가 매혈 이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도 아들을 위해 사나흘 간격으로 매혈을 하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삼관의 매혈은 대안이 없는 선택이다. 임상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땀 흘려 번 돈은 피 팔아 번 돈보다 작다. 땀 흘려 번 돈은 값진 것이지만, 피 팔아 번 돈은 때론 달콤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치명적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피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 가진 것 없고, 물려받은 것 없는 이들이 땀 흘려 당당하게 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그런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건 너무 이상적인 걸까?
힘들게 번 돈을 두고 사람들은 '피, 땀 흘려 번 돈'이라 한다. 허삼관은 땀 흘려 돈을 벌기도 했고, 피 흘려 돈을 벌기도 했다. 땀 흘려 번 돈은 힘을 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고, 피 흘려 번 돈은 몸의 일부를 팔아 번 돈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니 1960년대 중국에서는 피를 파는 일이 있었나보다. 1960년대 대한민국에서도 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허삼관이란 남자는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아내를 얻기 위해 피를 판 돈을 썼고, 사정이 어찌되었든 세 아들을 위해 여러 번 피를 판 보통 아버지다. 가진 것도, 물려받은 것도 없는 허삼관을 2016년 대한민국에서 회자되는 말로 한다면 딱 흙수저다. 수십년 전 보릿고개 넘기가 힘들던 시기 피를 팔아 처자식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면 우리내 아버지도 피를 팔았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이 동생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파독광부로 지원을 하고, 돌아와서 또 전쟁통인 베트남으로 가는 걸 보며 짠한 감정을 느꼈던 것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허삼관의 얘기는 그저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2016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도 허삼관의 얘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서 피라도 팔 수 있다면 감지덕지라고 해야할까?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가끔 장기매매와 관련된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피는 어느 정도는 뽑아도 잘 먹고, 잘 쉬면 다시 생기는 것이지만, 장기는 다른 문제다. 장기매매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한다면 제약회사의 임상실험은 어떤가? 다른 일자리와 비교해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젊은이들이 임상실험에 지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는가? 소설 속 허삼관은 같이 매혈을 했던 근룡이가 매혈 이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도 아들을 위해 사나흘 간격으로 매혈을 하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삼관의 매혈은 대안이 없는 선택이다. 임상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땀 흘려 번 돈은 피 팔아 번 돈보다 작다. 땀 흘려 번 돈은 값진 것이지만, 피 팔아 번 돈은 때론 달콤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치명적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피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 가진 것 없고, 물려받은 것 없는 이들이 땀 흘려 당당하게 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그런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건 너무 이상적인 걸까?
나는 읽는다. -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정석주, 2015, 샘터)
며칠 전 후배에게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부제도 멋지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지난 밤, 잠이 안와서 잡은 책인데, 금방 다 읽어버렸다. 사실 150여 쪽 분량이라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 잠 안오는 밤에는 딱이었다.
일년에 천 권 넘게 책을 구입한다는 저자의 독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0여년 모은 책이 3만 여권이 넘는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제주도로 내려가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멋지다. 몇 년 후에는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읽었던 책 얘기는 이정도 하고, 내가 읽었던 책 얘기를 좀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를 관통한 책이라고 한다면 단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꼽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행적에 대해 실망스러운 면이 있고, 책의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된 책이라는 점 만으로도 나에게는 특별한 책이다. 고등학교 1학년었던가, 2학년이었던가..... 아무튼 학교 도서관에서 '로마인 이야기 2권'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부제는 '한니발 전쟁'. 역사책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1권부터 한 권, 한 권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딱 그 말이면 당시 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대학교 3학년 때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책을 빌려 읽곤했다. 교수 연구실에서 빌린 책이라고 해서 꼭 전공과 관련된 책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자연지리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읽고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전공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책이 많았지만 딱히 분야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몇 권은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사놓고서는 조용히 책장에서 잠자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달에 책을 두 세권은 샀다. 그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읽다 이런 저런 이유로 놓아버린 책이 더 많았지만 책장에 책이 늘어갈수록 마음만은 든든하고 좋았다. 내가 독일로 건너가고 나면 내 책을 죄다 어디 기증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친구들을 불러 책다발을 넘겼는데, 가끔 그 친구들 집에 들러서는 내가 보고싶은 책을 몇 권 뽑아오기도 한다. 어제도 친구가 보고싶다던 책을 한 권 넘겨주었는데 언젠가는 다시 돌고돌아 나에게 돌아오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시립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상하게 빌려 읽는 책은 좀 읽다가 기한에 쫓겨 반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 번에 네 권 정도 빌려서 2주 뒤에 반납하는데, 모두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하고 반 정도가 지난 지금 열 권 정도는 읽은 듯 하니 확실히 예전보다 독서양은 많아졌다. 독서양이 늘어나니 조금씩 책 읽는 속도도 붙는 것 같다. 수험생 생활 중에 독서를 사치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험생이라고 꼭 시험공부와 관련된 책만 보란 법은 없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 독서양이 늘어나다 보니 전공서적과 논문을 읽는 데도 속도가 붙는 것 같아 도움을 받고있다.
오늘은 설연휴 전에 빌린 네 권을 반잡하고 다섯 권을 빌렸다. 시집 한 권, 소설 두 권, 자연과학 두 권. 시집은 공부하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볼까 한다. 한참을 책상 앞에 앉아 전공책과 씨름하다 찬 바람 쐬고 시 한 수 읽으며 휴식을 가져볼까 한다. 이정도면 수험생도 할만 하지 않을까?
일년에 천 권 넘게 책을 구입한다는 저자의 독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0여년 모은 책이 3만 여권이 넘는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제주도로 내려가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멋지다. 몇 년 후에는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읽었던 책 얘기는 이정도 하고, 내가 읽었던 책 얘기를 좀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를 관통한 책이라고 한다면 단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꼽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행적에 대해 실망스러운 면이 있고, 책의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된 책이라는 점 만으로도 나에게는 특별한 책이다. 고등학교 1학년었던가, 2학년이었던가..... 아무튼 학교 도서관에서 '로마인 이야기 2권'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부제는 '한니발 전쟁'. 역사책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1권부터 한 권, 한 권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딱 그 말이면 당시 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대학교 3학년 때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책을 빌려 읽곤했다. 교수 연구실에서 빌린 책이라고 해서 꼭 전공과 관련된 책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자연지리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읽고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전공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책이 많았지만 딱히 분야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몇 권은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사놓고서는 조용히 책장에서 잠자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달에 책을 두 세권은 샀다. 그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읽다 이런 저런 이유로 놓아버린 책이 더 많았지만 책장에 책이 늘어갈수록 마음만은 든든하고 좋았다. 내가 독일로 건너가고 나면 내 책을 죄다 어디 기증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친구들을 불러 책다발을 넘겼는데, 가끔 그 친구들 집에 들러서는 내가 보고싶은 책을 몇 권 뽑아오기도 한다. 어제도 친구가 보고싶다던 책을 한 권 넘겨주었는데 언젠가는 다시 돌고돌아 나에게 돌아오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시립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상하게 빌려 읽는 책은 좀 읽다가 기한에 쫓겨 반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 번에 네 권 정도 빌려서 2주 뒤에 반납하는데, 모두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하고 반 정도가 지난 지금 열 권 정도는 읽은 듯 하니 확실히 예전보다 독서양은 많아졌다. 독서양이 늘어나니 조금씩 책 읽는 속도도 붙는 것 같다. 수험생 생활 중에 독서를 사치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험생이라고 꼭 시험공부와 관련된 책만 보란 법은 없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 독서양이 늘어나다 보니 전공서적과 논문을 읽는 데도 속도가 붙는 것 같아 도움을 받고있다.
오늘은 설연휴 전에 빌린 네 권을 반잡하고 다섯 권을 빌렸다. 시집 한 권, 소설 두 권, 자연과학 두 권. 시집은 공부하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볼까 한다. 한참을 책상 앞에 앉아 전공책과 씨름하다 찬 바람 쐬고 시 한 수 읽으며 휴식을 가져볼까 한다. 이정도면 수험생도 할만 하지 않을까?
2016. 2. 12.
행복을 찾아 가는 길 -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김이재, 2015, 샘터)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입장이 있겠지만, 저는 성공한 삶이란 그 사람의 꿈의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p.62)
지리적 관점에서 성공은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로 설명되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행복한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는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성공을 정의하게 되면 내가 빛나는 장소, 성공에 이르는 길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겠죠. 내가 정말 행복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일만 제대로 찾는다면, 방황하다 출발이 좀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행복한 성공에 이르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셈이니까요.(p.147)
----------------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제목이 시원 시원한 게 마음에 든다. 이 책도 빌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갔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 김이재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따뜻한 응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성공에 대한 저자의 정의가 재미있다. '그 사람의 꿈의 공간이 많아지는 것' 멋지다. 누구나 성공을 바라지만 어디로 가면 성공할 수 있는지 누가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성공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정의를 따르면 성공에 다가가는 길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성공을 위해 내 꿈의 공간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니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우려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30대 중반을 넘어 마흔을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이 어찌되었든 내 인생의 기로가 아닐까 한다. 2015년의 쓰라린 경험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말만큼 쉽진 않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차디찬 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때는 내 꿈의 공간을 그려보아야겠다.
나는 교사다. 물론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나는 예전에도 교사였고, 지금도 교사요, 앞으로도 교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 지금은 교직에서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리는 학교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입장이 있겠지만, 저는 성공한 삶이란 그 사람의 꿈의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p.62)
지리적 관점에서 성공은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로 설명되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행복한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는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성공을 정의하게 되면 내가 빛나는 장소, 성공에 이르는 길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겠죠. 내가 정말 행복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일만 제대로 찾는다면, 방황하다 출발이 좀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행복한 성공에 이르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셈이니까요.(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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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제목이 시원 시원한 게 마음에 든다. 이 책도 빌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갔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 김이재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따뜻한 응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성공에 대한 저자의 정의가 재미있다. '그 사람의 꿈의 공간이 많아지는 것' 멋지다. 누구나 성공을 바라지만 어디로 가면 성공할 수 있는지 누가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성공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정의를 따르면 성공에 다가가는 길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성공을 위해 내 꿈의 공간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니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우려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30대 중반을 넘어 마흔을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이 어찌되었든 내 인생의 기로가 아닐까 한다. 2015년의 쓰라린 경험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말만큼 쉽진 않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차디찬 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때는 내 꿈의 공간을 그려보아야겠다.
나는 교사다. 물론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나는 예전에도 교사였고, 지금도 교사요, 앞으로도 교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 지금은 교직에서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리는 학교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2016. 2. 3.
정보는 공유하는 거야! - 지리과 임용 전공 기출문제 분석자료(2009~2016)
평소 정보는 공유하는 거라는 신념을 갖고 살기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중등임용 지리과 전공 기출문제 분석자료를 공유할까 한다.
중등임용 지리과 전공 기출문제 분석자료(2009~2016)
문제야 교육과정평가원 들어가면 다 있는 것이고, 분석은 내 기준으로 분류하고 키워드를 뽑아본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분석자료만 봐서는 별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정보는 공유하는 거니까!
뒤늦게 임용시험을 준비하다보니 이래 저래 부족한 것도 해야할 건 더 많지만, 올 한 해 건강하게 공부하려고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시험 그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공부 해야겠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그렇게 건강하게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지 않겠는가.
어딘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많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나의 잠정적인 경쟁자들을 응원한다. 1년 후에 시험에 지친 괴물이 아니라 큰 뜻은 가진 교사로 당당하게 설 수 있길 기대한다. 아자아자!
중등임용 지리과 전공 기출문제 분석자료(2009~2016)
문제야 교육과정평가원 들어가면 다 있는 것이고, 분석은 내 기준으로 분류하고 키워드를 뽑아본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분석자료만 봐서는 별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정보는 공유하는 거니까!
뒤늦게 임용시험을 준비하다보니 이래 저래 부족한 것도 해야할 건 더 많지만, 올 한 해 건강하게 공부하려고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시험 그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공부 해야겠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그렇게 건강하게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지 않겠는가.
어딘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많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나의 잠정적인 경쟁자들을 응원한다. 1년 후에 시험에 지친 괴물이 아니라 큰 뜻은 가진 교사로 당당하게 설 수 있길 기대한다. 아자아자!
2016. 2. 1.
그냥 '지리'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 을류문화사) 중에서
건축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걸 업으로 삼는 지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건축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입니다"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건축학'을 '지리학'이라고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그랬고, 가끔 등장하는 건축가라는 사람들은 벽돌을 직접 쌓고, 철근을 나르는 일명 '노가다'의 이미지 보다는 사무실에서 우아하게 도면을 보고, 멋드러진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모습은 엔지니어라기 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단 생각이 든다. 건축가인 저자는 그 점을 깨고싶어하는 듯 보인다. 건축을 예술이면서 과학이고, 정치, 경제, 사회가 어우러진 그냥 '건축'이라 말하고 있다.
건축의 세계를 잘은 몰라도 이리 저리 주워들은 지식을 동원해 생각을 해봐도 그냥 '건축'이란 표현 외에 건축을 더 잘 표현하는 찾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단순히 집을 여러 재료를 이용해서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살 사람을 생각한다면 이것 저것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지 않겠는가?
건축이란 분야가 공학과 예술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고 저자는 볼맨 소리를 하지만, 내가 공부한 '지리'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학문하는 사람들이야 통섭이 중요한 화두인 요즘 시대에 지리학은 나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초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지리와 일반들이 인식하는 지리는 의 위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앞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 사정이 좀 달라질까 기대를 했지만, 아직은 글쌔올시다.
지리도 그냥 '지리'다. 지리는 과학이기도 하고, 사회이기도 하다. 정해진 틀 안에 집어넣기에는 아귀가 잘 맞지도 않고, 철창 속 새 같아 보이기도 한다. 건축이 그냥 '건축'이듯, 지리도 그냥 '지리'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 을류문화사) 중에서
건축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걸 업으로 삼는 지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건축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입니다"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건축학'을 '지리학'이라고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그랬고, 가끔 등장하는 건축가라는 사람들은 벽돌을 직접 쌓고, 철근을 나르는 일명 '노가다'의 이미지 보다는 사무실에서 우아하게 도면을 보고, 멋드러진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모습은 엔지니어라기 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단 생각이 든다. 건축가인 저자는 그 점을 깨고싶어하는 듯 보인다. 건축을 예술이면서 과학이고, 정치, 경제, 사회가 어우러진 그냥 '건축'이라 말하고 있다.
건축의 세계를 잘은 몰라도 이리 저리 주워들은 지식을 동원해 생각을 해봐도 그냥 '건축'이란 표현 외에 건축을 더 잘 표현하는 찾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단순히 집을 여러 재료를 이용해서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살 사람을 생각한다면 이것 저것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지 않겠는가?
건축이란 분야가 공학과 예술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고 저자는 볼맨 소리를 하지만, 내가 공부한 '지리'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학문하는 사람들이야 통섭이 중요한 화두인 요즘 시대에 지리학은 나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초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지리와 일반들이 인식하는 지리는 의 위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앞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 사정이 좀 달라질까 기대를 했지만, 아직은 글쌔올시다.
지리도 그냥 '지리'다. 지리는 과학이기도 하고, 사회이기도 하다. 정해진 틀 안에 집어넣기에는 아귀가 잘 맞지도 않고, 철창 속 새 같아 보이기도 한다. 건축이 그냥 '건축'이듯, 지리도 그냥 '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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