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4.

나는 읽는다. -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정석주, 2015, 샘터)

며칠 전 후배에게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부제도 멋지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지난 밤, 잠이 안와서 잡은 책인데, 금방 다 읽어버렸다. 사실 150여 쪽 분량이라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 잠 안오는 밤에는 딱이었다.

일년에 천 권 넘게 책을 구입한다는 저자의 독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0여년 모은 책이 3만 여권이 넘는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제주도로 내려가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멋지다. 몇 년 후에는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읽었던 책 얘기는 이정도 하고, 내가 읽었던 책 얘기를 좀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를 관통한 책이라고 한다면 단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꼽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행적에 대해 실망스러운 면이 있고, 책의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된 책이라는 점 만으로도 나에게는 특별한 책이다. 고등학교 1학년었던가, 2학년이었던가..... 아무튼 학교 도서관에서 '로마인 이야기 2권'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부제는 '한니발 전쟁'. 역사책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1권부터 한 권, 한 권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딱 그 말이면 당시 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대학교 3학년 때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책을 빌려 읽곤했다. 교수 연구실에서 빌린 책이라고 해서 꼭 전공과 관련된 책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자연지리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읽고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전공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책이 많았지만 딱히 분야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몇 권은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사놓고서는 조용히 책장에서 잠자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달에 책을 두 세권은 샀다. 그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읽다 이런 저런 이유로 놓아버린 책이 더 많았지만 책장에 책이 늘어갈수록 마음만은 든든하고 좋았다. 내가 독일로 건너가고 나면 내 책을 죄다 어디 기증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친구들을 불러 책다발을 넘겼는데, 가끔 그 친구들 집에 들러서는 내가 보고싶은 책을 몇 권 뽑아오기도 한다. 어제도 친구가 보고싶다던 책을 한 권 넘겨주었는데 언젠가는 다시 돌고돌아 나에게 돌아오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시립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상하게 빌려 읽는 책은 좀 읽다가 기한에 쫓겨 반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 번에 네 권 정도 빌려서 2주 뒤에 반납하는데, 모두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하고 반 정도가 지난 지금 열 권 정도는 읽은 듯 하니 확실히 예전보다 독서양은 많아졌다. 독서양이 늘어나니 조금씩 책 읽는 속도도 붙는 것 같다. 수험생 생활 중에 독서를 사치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험생이라고 꼭 시험공부와 관련된 책만 보란 법은 없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 독서양이 늘어나다 보니 전공서적과 논문을 읽는 데도 속도가 붙는 것 같아 도움을 받고있다.

오늘은 설연휴 전에 빌린 네 권을 반잡하고 다섯 권을 빌렸다. 시집 한 권, 소설 두 권, 자연과학 두 권. 시집은 공부하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볼까 한다. 한참을 책상 앞에 앉아 전공책과 씨름하다 찬 바람 쐬고 시 한 수 읽으며 휴식을 가져볼까 한다. 이정도면 수험생도 할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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