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벽을 등지고 앉는 자리다. 지금 내가 앉은 자리가 딱 그렇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모대학교 캠퍼스의 도서관 열람실에는 큰 액자가 걸려있다. 두 개의 큰 일반 열람실에 각각 두 개씩이니 모두 네 개다. 모두 넉 자의 한자를 가로로 적은 것인데, 배움이 모자라 아는 글자도 있고 모르는 글자도 있다. 당연히 뜻은 모른다. 그래도 국립대학교의 도서관에 걸릴 정도면 꾀나 유명한 이가 쓴 글씨일텐데 아쉽게도 이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이들 중에서 그 높은 뜻을 알아줄 이는 없는 듯 하다. 아니, 뜻은 고사하고 액자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 머리 위에 걸려있는 액자는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도 잘도 그 긴 시간을 버텨왔을테다. 멋진 글씨를 표구해서 잘 걸어놓았는데,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씨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비닐필름이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상태로 봐서는 꾀나 오래 된 듯 한데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도서관 열람실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행색이 거지 꼴을 한 이몽룡 같은 액자를 오늘에서야 발견하신 모양이다. 그길로 도서관 사무실에 알리셨고, 이내 한 남자 직원이 왔다. 떨어진 비닐을 좀 뜯는가 싶더니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남자는 아주머니께 비닐만 잘 때라고 아주머니께 지시를 하고는 사라졌다.
거 좀 떼주고 가면 좋았을 것을, 아주머니는 닿지도 않는 손을 연신 뻗어보지난 어림도 없다. 그 일이 자기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좀 해주고 가지. 그 남자가 야속했다. 결국 나는 보던 책을 덮고 일어나 아주머니를 도와 비닐을 떼어냈다.
시내 어느 건물 청소를 하시는 엄마 생각이 났다. 누가 청소한다고 무시하진 않는지, 거기는 자기 일 아니라고 야속하게 돌아서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지......
2016. 3. 9.
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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