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2.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2015)

'오베라는 남자' 그런 사람은 정말 또 없을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의 첫 페이지에 걸려있는 표지를 보고는 왠지 눈길이 갔던 소설이다. 도서관에 들렀는데 제목을 아는 소설이라 그냥 집어왔다. 소설에도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오베라는 남자'는 시트콤 같은 소설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읽는 내내 하이킥에서 이순재가 맡았던 할아버지와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이 맡았던 인물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이 세 문장이 소설 속 오베라는 남자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세상을 흑과 백으로 본다는 것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눈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베는 원칙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남이 한 일을 일러바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그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이웃집에 든 도둑의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주거지에 차를 몰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강조하는 사람이 오베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오베는 고집불통에 막무가내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는 말 속에는 그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묻어있다. 그런 오베지만 그의 아내 소냐에 대한 마음은 흑백이 아니라 아름다운 색깔을 가졌다. 오베가 소냐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오베에게 소냐는 세상 모든 아름다운 색,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오베가 그녀를 따라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의 계획은 번번히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편 재미있으면서도, 오베라는 남자가 남들이 보통 생각하는 그런 고집불통 영감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만약 내 주변에 오베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오베를 불편해 하는 건 아마도 그의 원칙을 고수하고 타협하지 않는 성품때문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소신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참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원리와 원칙을 지키자고 하는 사람을 두고 융통성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특히 그 불편함을 참아야 하는 사람이 나라면 그 비난은 더욱 거세진다.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 건가?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사회에서 정한 규칙을 잘 지키며 사는 것은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닌 듯 하다. 밤 늦은 시간, 거리에 차는 없고 건널목은 빨간불, 보는 이도 없다. 그래도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건널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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