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독일로 돌아온 지 이십 여일이 지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환경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로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는 언질을 하기는 했지만 오늘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신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렸으니 이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에 따라 걸어가려 한다. 나는 중대한 결정을 하면 주변에 알리곤 했다. 2002년 여름 홀로 여행을 계획할 때도, 2007년 독일 유학을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지금 또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나의 결정을 알리고자 한다. 2002년 도보여행을 준비할 때는 더운 여름에 뭐하러 고생하며 걸으려 하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 유학을 준비하면서는 과연 내가 독일로 갈 수 있을까,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서 뭐하려고 하나 이런 회의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나를 응원해준 이들도 많았다. 결국 나는 2002년 그 해 여름 쏟아지는 햇볕보다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걸었고, 3년의 준비 끝에 2010년 2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럼 결과는 어땠냐고? 도보여행을 통해서는 나와 평생을 같이 갈 거라 믿는 친구 몇을 얻었고,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아름다운 풍경을 내 안에 담았다. 그럼 독일에서 생활은? 세상의 보통 눈으로 본다면 실패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홀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나와 내 주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사귀었고, 독일사람처럼 하지는 못해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만큼, 그리고 내가 원하는 책을 -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 읽을 수도 있게되었으니 얻은 것도 많다. 3년 여의 독일 생활에서 내가 잃은 것은 없다. 흘러간 시간은 그 자체로 큰 의미이고, 빠져나간 통장 잔고는 또 벌어 채우면 될 일이다. 그렇기에 나를 응원해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나는 돌아가려 한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 곳으로. 당장은 이곳에서 맡은 일이 있기에 힘들고 꽃피는 봄이 오면 나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빠르면 2월 말, 아님 3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지 이곳 생활도 잘 마무리 해야할 것이고, 새로운 생활에 대해서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묻는다. 그럼 돌아가서 뭘 하려 하냐고. 앞서 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우선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신대룩 여행기를 번역하려 한다. 세권으로 구성된 원전을 다 번역하려면 꾀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벌써 첫발은 땠지만 19세기 중반의 작품이라 현대 독일어와 조금 다른 부분도 있고, 나의 무식함 탓으로 문맥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일단 목표는 내년 내로 세 권을 모두 번역하고 출판하는 것으로 잡았다. 일단 이렇게 던지고 나면 다시 걷어들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독함을 보여줘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 작업이 끝나면 직접 책을 쓰는 것도 도전하려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지금도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누군가도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내가 직접 채워보려 한다. 번역도 책을 쓰는 일도 결국 나의 그릇을 키우고 거기에 지식을 차곡차곡 담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일단 외쳐본다. "도전!" 나의 도전 계획은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구체화시켜 보려 한다. 그것들도 정리가 되는데로 역시 내 머리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려 한다.
지금까지 나를 응원해주었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나는 또 부탁하려한다. 나의 새로운 길에도 함께 해 주시기를, 그리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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