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1.

안녕하세요 훔볼트 영감님!

독일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가을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거의 마음을 굳혀가는 단계라고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한 것인 듯 하다. 내 친구 세훈의 말마따나 생각을 길게 하지않을 작정이다. 독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었다면 나는 또 그에 버금가는 결정을 해야할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있다.


작년 5월 초 하노버 대학에서 대학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을 치렀다. 구술시험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와 칼 리터의 나라에서 공부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 얘기를 했더니 후배 한 놈은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말은 여전히 나에게는 유효하다. 이번주 수요일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나는 다시 이 두 대학자의 이름을 독일인들 앞에서 꺼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학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근대 지리학의 출발을 얘기하자면 19세기 독일로 돌아가야할 것이고, 그 출발점에 알렉산더 폰 훔볼트와 칼 리터 두 사람이 서있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많은 독일 학자들이 근대 학문으로서의 지리학 발전을 이끌었다. 물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학문의 중심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독일어를 배워서 하고싶은 일 중에는 지리학사 책에 이름이 올라있는 독일 지리학자들의 저작을 읽는 것도 들어있다. 수업시간에 훔볼트와 리터는 물론 베버나 크리스탈러 같은 독일 학자들을  언급을 하기는 하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전공책에 나오는 불과 몇 줄, 많아야 몇 쪽을 넘지않았다. 이왕 독일어도 배웠으니 그런 거 멋지게 읽어보면 좋지않겠는가 말이다.

그냥 읽는 것에서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 한다. 그들의 저작을 한글로 번역을 해보고자 한다. 물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러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있다. 독일 유학을 생각한 이후로 나는 줄곧 번역에 대한 부분도 생각을 해왔다. 내가 더 알고 싶었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다가갈 수 없던 것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그 일을 할 충분한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여전히 짧은 독일어 때문에 참 많이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도전해볼만한 가치 있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후원하는 이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배움은 쓰임이 있을 때 더 의미있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보잘 것 없는 나의 배움과 능력이지만 나눠볼까 한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배움의 넓은 길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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