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게 낀 저녁(2011.11.19 오후 6시 경) |
겨울로 접어드는 문턱, 이곳 킬의 날씨는 안개가 짙게 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가끔 해가 짧게 나는 날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전문용어(?)로 깔짝일 뿐이다. 하늘이 회색이면 낮이요, 까만색이면 밤이다. 낮은 지금도 충분히 짧은데 여전히 계속 짧아지고 있다. 베를린에서 어학원 다닐 때와 비교해 보면 아침이 조금은 더 여유있는 편이기는 한데, 수요일은 첫 수업이 8시 15분이라 집을 나설 때 쯤이나 되어야 밖이 밝아온다. 한달 후에는 아마도 학교 도착해서야 슬슬 밝아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오후에도 4시가 좀 넘으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금방 깜깜해져 버린다. 그럴 때면 오늘 하루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구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곤 한다. 막 빨리 집에 가야할 거 같고.......
2011년 11월 19일 킬(Kiel)의 날씨(출처:www.wetter.de) |
물론 겨우 하루 날씨를 가지고 기후를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계적인 수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하다. 북해와 발트해 사이에 위치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독일 내에서도 가장 바다의 영향을 받는 지역일 것이다. 베를린도 겨울에는 습한 건 비슷하지만, 킬보다는 덜 습하다. 계속 흐린 날씨가 봄까지 이어지는 건 비슷하지만, 베를린은 바다에서 200km 정도는 떨어져있다.
함부르크(Hamburg)의 월별 평균 일조시간(시간/일)(출처:www.wetter.de) |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가 좀 나는 날이면 밖으로 햇볕을 쬐러 나오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쌀쌀해서 밖에서 차를 마시기에는 좀 춥지않을까 싶은 날에도 이곳 사람들은 노천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카페에서는 담요를 미리 준비해서 제공한다. 여름에도 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해가 쨍쨍하다고 해서 양산을 쓴다거나 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눈이 부시니까 선글라스는 필수일지 몰라도 해를 가리려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한 듯 하다. 나는 더운 게 싫어서 그늘을 찾아서 다니는데, 뙤약볕을 즐기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글을 쓰다보니 노천카페 문화가 일조시간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 생활도 2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흐른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계절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고, 아마 앞으로도 적응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나 오늘처럼 안개가 잔뜩 낀 날에는 열심히 뭘 해보려고 해도 날씨 때문에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방이라도 밝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독일 집들은 죄다 전등도 어두침침하다. 세평 남짓 조그만 방에 형광등도 켜고, 책상 스텐드도 켜고, 세면대 등도 켜보아도 성에 차질 않는다. 형광등은 왜 방 구석에다 달아놓았는지, 그리고 그걸 또 왜 길다란 판자로 가려놓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는데, 해라도 나면 광합성 하면서 찬바람 쐬면 기분 전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텐데, 흐린 날씨는 사람을 더 아래로 아래로 끌어 내린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자살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명절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가족과 보내는 게 보통인데,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최악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크리스마스 몇일 전부터 1월 첫주까지 직장인들도 휴가고, 학생들은 수업이 없다. 당연히 밖에 나가봐야 특별히 할 것도 없을 거고, 날씨는 역시나 별로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시내에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독일에서는 12월 중에는 크리스마스 시장도 열리고 하지만 정작 연휴 기간에는 오히려 조용한 듯 하다. 이런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사람 이상해 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듯 하다. 벌써부터 나도 고민이다 기나긴 연휴를 뭘하고 시간을 보내나......
요즘은 주말이 그렇게 반갑지가 않다. 주말이라고 푹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달리 흥이 날만한 일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해진 일들이 많으면 다른 생각을 좀 덜 할 수도 있을텐데, 시간이 많다는 건 오히려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좋지 못하다. 그리고 지난 주처럼 기분이 한 없이 가라앉은 날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무래도 앞으로의 유학생활은 어떻게 기분 전환을 잘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가, 이것이 관건이 될 듯 하다.
짙은 안개 때문에 맞은편 건물의 불빛도 희미하다. 내일도 날씨는 당연히 그저 그럴테지만, 그래도 으쌰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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