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6.

나의 독일 아재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나의 독일 아재를 소개할까 한다. '아저씨'라고 하면 너무 거리가 멀어보이고, '삼촌'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나에게는 고향에서 자주 듣는 말 '아재'가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하르트만 아저씨를 나의 '독일 아재'라고 부를까 한다.


아재를 처음 만난 건 지난 해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학교 인터네셔널센터에서 주관하는 외국인학생-독일 가정 결연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산드라와 칼 부부를 알게되었다. 12월 24일은 산드라의 친구들과 함께 명절 분위기를 냈고, 25 저녁에 산드라의 부모님인 하르트만 아재와 잉에 아지매가 우리를 방문했다. 그때 아재께서는 은퇴 후 여름에는 한달 정도 암룸(Amrum)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로 일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여름에 다시 섬에 가시면 내가 한 번 찾아가겠노라고 말을 했었는데, 올 여름에는 내가 한국에 있는 바람에 기회를 놓쳐버렸다. 다행으로 이번 가을에 다시 섬에 들어가신다고 해서 지난 주말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암룸에서 아재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아재는 30여년 간 직업학교에서 기계과목을 가르치신 선생님이셨다. 나도 몇년 전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터라 어떻게 보면 비슷한 나와도 비슷한 점도 있어 보였다. 우선 참 얘기하는 걸 좋아하신다.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사회학을 공부하셨다는데, 기계 쪽은 내가 아는 바가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사실 아재는 나의 독일어 실력 때문에 대화가 좀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을 하셨나보다. 다행인 것은 지난 일년여의 시간이 그냥 흘러가지는 않았나보다. 아재의 주옥같은 얘기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대화에 전혀 무리가 없었고, 아재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낯선 나라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하셨다. 언어가 가진 독특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화에서 세대차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재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겠지만, 편하게 Du라고 부를 수 있는 독일어로 대화를 나눈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아재가 한국말을 잘해서 한국말로 대화를 했다면...... 모르겠다 나는 한참 조심을 해야했을 것이고, 뭔가 모를 거리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재는 은퇴 후 여름에는 암룸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박물관 방문객들에게 안내도 하고 박물관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로 일을 하시고, 보통은 일주일에 열 몇 시간 방과후에 학생들의 보충수업을 돕는 일을 하신다고 한다. 은퇴 후에도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시고, 또 거기에 바람을 찾는 아재의 모습이 참 멋져보인다. 아재 얘기를 쓰면서 나도 아재 나이가 되면(아재는 내년이면 칠순) 아재처럼 여전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며 살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으로서는 일부 전문직이 아니면 노후에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인듯 하다. 물론 한 40년 후에는 지금과는 달라져 있겠지. 그렇다면 나도 한 번 멋진 노년을 그려봐도 좋을 듯 하다.

좋은 사람을 한 사람 알게 된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하르트만 아재, 잉에 아지매, 산드라와 칼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지난 일요일 그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에서 당신들 같은 따뜻한 사람을 만났으니 나는 참 운이 좋습니다. 언젠가 당신들에게 나의 아름다운 나라 한국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아재와 아지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 마무리 한다. Lieber mein deutscher Onkel, Hartmann, Danke schön für Alle! Ich wünsche Inge und dir glückliches Leben in Gesundheit und Liebe, bis wir uns irgendwann irgendwo in Deutschland oder in meinem schönen Heimatland Korea wieder treffen.

ps. 아재께서 당신의 초상권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셔서 아쉽지만 사진을 무단으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아재한테 혼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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