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9.

어느 봄날 흐린 일요일 오후의 일상

독일 생활도 2년이 넘었다. 혼자 사는 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내 생활을 돌아보면 좀 그럴 때가 많다. 혼자이기 때문에 귀찮은 일도 많고, 그래서 그냥 넘겨버리는 일들도 늘어난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럽에서 살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생활자의 입장에서는 '어디에'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한 것임을 너무도 잘 안다.
북독일에도 봄이 오기는 왔나보다. 겨울이 혹독하지 않았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과, 그 온기가 무디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햇살 아래서는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한 봄날이다. 몰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목련이 피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봄날은 이곳 북독일에서는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여전히 대게는 흐린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독일에서 처음 맞았던 변덕스런 봄과 비교해 보면 올 봄은 그럭저럭 온화하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기숙사 문만 나서면 숲이 있고, 몇 분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있지만, 역시 문제는 그 문을 나서는 일이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론 목적도 없이 나서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충동이 들 때도 있는 법. 어제는 눈을 뜨자마자 미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서, 점심 먹고 3시 쯤까지 그냥 그냥 그렇게 일요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갑자기라기 보다는 그냥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대충 카메라 가방을 메고 기숙사를 나섰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바람도 찼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걷고, 사진을 찍었다. 아주 특별한 걸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만족스러운 늦은 오후였다. 흐린 하늘도 가끔은 나름 운치가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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