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1.

겨울의 길목에서 도시의 열섬현상을 보다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2011.12.10 함부르크


바야흐로 겨울이다. 어제(12월 10일) 아침 함부르크 법륜스님 법회에 가는 길 함박눈이 내렸다. 해도 뜨기 한참 전, 집을 나서는데 눈이 살포시 쌓여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이미 밤사이 인도용 제설기계로 한번 밀어놓은 흔적이 있었다. 지난 월요일 하염없이 내리는 눈 맞으며 자전거 탄 아름다운 기억이 있어서 이제부터는 자전거 타고 다니는 일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간밤에 잠을 한 숨도 못잔 터라 버스에 오르고 곧 잠이 들었다. 이동 중에 자는 잠이 편해봐야 얼마나 편하겠는가. 자가 깨서 뻑뻑한 눈을 비비고 밖을 바라보니 새벽보다 눈이 더 많이 온다. 고속도로는 눈 때문에 독일 아우토반의 위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하얗다. 특히 도로 옆으로 서 있는 나무는 눈으로 예쁘게 옷을 입고 있다. 눈 때문에 보통 운행시간 보다 30~40분 정도 늦게 함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법회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눈이 계속 오락가락 했다.


오랜만에 법당에서 밥다운 밥을 얻어먹고(역시 이런 밥이 진짜 맛있다) 나서는데 오전에 내 쌓인 눈은 반쯤 녹은 상태로 온 도로는 질퍽한 상태였다. S-Bahn(도시철도)를 타고 함부르크 항을 볼 수있는 곳으로 가는데 시내로 접어들수록 눈은 보기 힘들다. 길가에는 눈도 보이지 않고, 눈이 아니라 비가 옷 젖기 딱 좋을 정도로 내린다. 한 시간 정도를 비를 맞으면서도 구경을 좀 해볼까 시도 했는데, 결국 외투만 쫄딱 젖었고 결국 지하철역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야했다. 독일에서 살면서 가장 깔끔하게 비에 젖은 날이었다.


오후에 함부르크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고는 저녁에 다시 킬로 돌아왔다. 함부르크 시내에서 다시 공항으로 가는 길 채 녹지 않은 길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노이뮌스터(Neumünster)를 지나면서는 여전히 눈이 상당히 많이 쌓여있다. 킬은 노이뮌스터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부르크 보다는 눈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도 창 밖으로 보이는 다른 건물 지붕에는 눈이 아직 남아있다.


함부르크 인구가 180만이 조금 안되고, 킬이 23만 정도, 노이뮌스터가 7만 정도 인걸로 안다. 어제 적설량(또는 강수량)의 절대양을 비교하고 하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과정을 깔끔하게 생략하더라도 세 도시에서 본 것들은 도시의 열섬현상과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보인다. 세 도시의 규모에 따른 기온 차이, 그리고 대도시 함부르크의 도심지역와 외곽지역의 차이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녹는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분히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의심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킬의 경우에도 함부르크 정도는 아니겠지만 시내와 외곽의 기온 차이는 (크지는 않겠지만) 있어보인다.


어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면서도 군대에서 눈 치우던 너무 아름다워서 이가 갈리는 추억도 떠올랐다. 부산에 살면서는 몇 년에 한 번 눈이 쌓일까 말까한 데...... 눈은 어디 조용한 카페 같은 곳에 앉아서 따뜻한 차 마시면서 바라보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생활하고 연결되면 썩 좋지만도 않은듯 하다. 이제는 걸어다녀야하는 때가 온 것인가...... 당장 내일부터 걱정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