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7.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 밀감!

독일은 이미 11월 말부터 Advent라고 해서 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시내에는 크리스마스 시장(Weihnahctsmarkt)도 서고, 글뤼바인(Glühwein)이라고 하는 설탕을 녹여서 만드는 와인을 마시면서 기분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파티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작은 모임도 많다.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나에게는 큰 의미는 없다. 유치원 다닐 때는 과자 같은 걸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지만, 집에서 선물을 받았다거나 한 적도 없었다. 내 주변 환경과는 문화적으로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물이 넘어서는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어서 그냥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는 날이었을 뿐(누구 얘기하는 지 본인들은 알거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에 스페인에서 여행을 했고, 올해는 독일 가정에서 외국학생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되었다. 오히려 이게 더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어제는 올해 마지막 독일어 수업이 있었다. 주제는 크리스마스. 아주 오래된 시도 하나 봤는데 착한 아이는 선물을 받고, 나쁜 아이는 벌을 받는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캐롤 내용과 비슷하다.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단어였다. 앞서 언급한 글뤼바인도 있고, 아드벤트 기간동안 밝히는 초에 대한 것도 있었고..... 몇몇은 알는 단어였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밀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밀감'이라고 부르는 게 '감귤'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다. 그래서 그냥 밀감이라고 할란다.


설날 하면 떡국, 추석은 송편(꼭 먹는 걸 언급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뭐 이런 식인데, 크리스마스에 밀감이라...... 당연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질문을 했다. "밀감이 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단어인가요?" 말이 참 빠른 선생님 왈. 요즘에야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도 다양하지만, 옛날에는 주로 단 것들을 많이 주었단다. 그럼 초콜렛이나 사탕 같은 걸 생각할 만도 한데, 옛날에 그런 거 구하기가 어디 쉬었겠나. 그래서 과일을 많이 주었단다.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밀감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비싼 과일은 아니지만, 두 번째 계절을 넘기면서 보니 독일에서도 밀감은 확실히 겨울 과일이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그제서야 슈퍼마켓에서도 밀감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밀감 외에는 오렌지나 바나나 같은 것도 많이 주었다고 한다.


요즘에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값도 비싸을 것이고, 제철 과일이 아니면 당연히 구경하기 힘들었을 테다. 그건 독일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나보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밀감이 꾀나 비싼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겨울이면 편하게 사먹을 수있는 맛있는 과일이 되었다. 독일에서도 가끔 밀감을 사먹기는 하는데 맛은 영 제주감귤만 못하다. 그 약감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수입하는 바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과일은 한국보다 맛나는 과일은 없는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는 생긴 모양부터 다르고 당최 맛을 모르겠다. 얘기가 옆길로 빠진 김에 하나 더. 내 기억 속에 가장 맛있었던 과일은 할머니께서 동래시장 어디서 사주셨던 바나나다. 쌈짓돈 꺼내 할머니가 사준 바나나. 잊지 못한다. 그 돈이면 지금은 한 송이도 더 살 수 있을텐데....


세상은 예전보다 좋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예전의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어진듯 하다. 밀감을 받아든 아이들이 받아들고 좋아하는 모습, 그리고 그걸 몰래 하나 더 먹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독일 애들도 밀감 많이 까먹으면 손톱 밑이 누렇게 되곤 했겠지.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는 큰 명절이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나 어릴 때는 설이나 추석 때나 되어야 새옷이나 새신발을 어머니께서 사주셨는데. 그때 그거 받아들고는 참 좋았는데. 세상의 물건들이 넘쳐난다고 그때의 감정까지 고스란이 같이 커지는 건 아닌가보다. 명절이라고 생각하니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가족들도 더 생각나는 밤이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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