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7.

쓸려가는 모래를 잡아라 -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후 맞이하는 주말은 참 달콤하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 없이 눈을 뜨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클릭한다. 그리고는 거의 일상되어버린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오늘은 한 선배가 공유한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에 관한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기사도 읽어보고, 댓글도 보는데 나도 한 자 써야겠다 생각이 든다. 우선 이 글은 내가 부산 사람으로(물론 지금은 외국에 있지만) 그리고 지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직접 보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려둔다. 간혹 내용에 오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부분은 댓글에 적어주시기 바란다. 기사는 아래 링크 클릭!

Weekend inside-해마다 쓸려가는 해수욕장 모래…지자체 관리 ‘비상’] 수중방파제·삼발이 설치… 복원 안간힘

우선 쉽게 모래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을 생각해 보자. 사빈(해수욕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모래가 공급되어야 한다. 우선 하천이 주요 모래 공급업자가 될 것이고, 사빈 주변의 해안 침식물도 역시 사빈의 퇴적물이 될 수 있다. 이런게 해안에 공급되는 모래는 파도에 의해서 퇴적된다. 하지만 퇴적된 모래는 그 자리에 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파도의 변화와 연안류의 변화에 따라 깎여나가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매일 보는 해수욕장이라고 해서 그 모습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에도 계절에 따라서 미포 쪽으로, 또는 동백섬 쪽으로 모래도 이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사빈이라고 하는 지형의 유지, 또는 변화에는 바다의 파도나 연안류 등의 물리적인 힘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모래의 공급원 또한 고려를 해야한다. 더 이상 모래가 공급되지 않는 사빈은 결국 깎여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장산에서 발원해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유입하던(과거에) 하천인 춘천에서 상당한 모래가 공급되었고, 금정산 자락에서 발원해서 수영만으로 유입하는 수영강(온천천 포함)을 통해서도 모래가 공급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백사장도 넓었고, 수영만 요트 경기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쪽에도 사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개발되면서 그쪽에서는 모래를 구경할 수 없다. 다대포 해수욕장이 낙동강 하구에 위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수영강의 경우에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모래의 공급 환경이 상당히 변했을 것이고, 모래가 퇴적되던 곳의 환경도 역시 변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직접 유입하던 춘천의 경우 과거에는 하구가 지금 바다경찰서가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 가운데 였다고 한다. 현재는 물길을 동백섬 뒤쪽, 마린시티 쪽으로 돌려버렸고, 장산자락의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복개되어 하천을 찾아볼 수 없게되었다. 역시 해운대 지역의 도시화에 따라 수영강과 비슷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결국 두 하천의 변화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공급되던 모래가 상당 부분 또는 대부분 차단되었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래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차단된 상황에서 사빈의 변화는 결국 침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를 지키기 위해서 매년 해수욕장 개장 전에 모래를 직접 공급하고 있고, 수중방파제 설치도 계획중이다.(기사 참고) 독일의 쥘트(Sylt)의 경우에도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모래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 중에서 해안선에 직각 방향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는 그로인이나, 해안에 설치한 제방, 테트라포드 등의 인공 구조물은 큰 효가를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해안 지형 변화를 가속화했다. 현재는 앞바다에서 모래를 직접 퍼올려서 공급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예산 문제를 떠나서 생각했을 때다. 이렇게 본다면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 공급도 나쁜 방법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물론 비용 문제는 정치적인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논외로 하자. 수중방파제의 경우 어떤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송도 해수욕장의 경우에 해수욕장을 정비 하면서 역시 수중 방파제를 설치했고, 해안 보호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다. 그렇다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도 일단 기대를 해볼만 하다. 다만 송도 해수욕장의 경우 해운대와 비교할 경우 규모도 작고, 주변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치밀한 시뮬레이션 등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위 기사의 댓글을 보니까 동백섬 입구에 위치한 호텔을 사빈 침식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텔을 지으면서 사빈 침식이 심하게 일어났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동백섬을 인위적으로 해수욕장과 연결했다는 댓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백섬의 경우 자연적인 퇴적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육계도일 뿐, 인위적으로 해수욕장과 연결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어 보인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의 송림(현재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는)이 동백섬 입구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미 오래 전부터 동백섬이 해수욕장과 연결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호텔의 경우에도 전체적인 해안 경관을 생각한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사빈의 침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또 사빈의 모래 유실을 사빈 뒤에 위치하는 해안사구와 연관해서 언급하는 댓글도 있는데, 이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서해안의 경우 겨울철 강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해안사구가 동해안에 비해 크게 발달한다. 모래포집기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래포집기는 모래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이다. 사빈과 사구가 연결되는 부분에 주로 설치가 되는 것으로 바람에 의한 침식을 막기 위한 시설이다.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은 파도와 연안류 등에 의한 침식으로 이 또한 이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동해안 해수욕장의 경우 송림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송림이 이미 모래포집기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해안의 경우 이런 송림의 보존이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빈의 모래 유실과 관련해서 침식과 퇴적이라는 과정이 전적으로 자연적인(물리적인) 변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쉽지만, 해수욕장은 이미 인간 생활에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 또한 함께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에 백만 명을 넘는다. 그런 그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이용하고 떠날 때 그들에게 묻어가는 모래는 얼마나 될까? 한 사람 당 1g의 모래가 묻어서 외부로 빠져나간다고 할 때, 단순 계산을 해도 하루 1톤의 모래가 유실되는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쥘트의 경우 앞바다에서 입자가 굵은 모래를 퍼서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신발이나 몸에 붙지 않고, 바람을 타고 날려갈 가능성도 낮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곳곳에 모래를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그 수가 넉넉한지,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해안의 난개발 또한 분명 해안 침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지형은 물론 자연 경관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연은 돈 많은 몇 명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환경문제와 그에 대한 담론은 단순히 자연과학적인 접근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상당 부분이 정치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과거 개발시대의 시각으로는 현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회적인 담론이 오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